원현린 칼럼

나는 유권자인가?

원기자 2012. 10. 5. 16:03

나는 유권자인가?
2012년 05월 03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어제 아침 출근차 집을 나서다 보니 “국민의 또 다른 이름 유권자”라고 쓰인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총선이 끝난지가 언제인데 웬 유권자 운운하는가…”라고 의아하게 생각하며 다시 읽어보니 5월 10일은 ‘유권자의 날’이라는 문구와 함께 병기되어 걸려 있었다.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거리 곳곳에 내건 것이다.


5월 10일이 유권자의 날이라 한다. 올해가 제1회라서 그런지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아직은 생소한 날의 이름이다. 기자인 필자로서 진작에 알았어야 하는데 부끄럽게도 처음 보는 문구였다. 출근하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열어 보았다. 거기에는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입니다’하고 5월10일이 유권자의 날임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5월10일 유권자의 날은 헌정사적으로 보면 선관위 표현대로 1948년 우리나라 최초로 민주주의의 원리에 의해 선거가 치러진 날을 기리고 국민주권의 실현과정인 선거와 투표 참여에 대한 중요성과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다. 또한 이 날은 우리나라에서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라는 민주적 선거제도를 도입하여 최초로 지러진 1948년 5월10일 국회의원 총선거일이기도 하다. 게다가 5.10 총선거에 따라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제헌의회가 구성되었으며, 제헌의회에서는 대한민국 헌법을 제정하고 대한민국 정부를 탄생시키는 등 5.10 총선거는 우리나라 민주정치의 출발점이 되었다고 선관위 홈피는 기술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에는 제6조, 선거권행사의 보장 조항에서 “선거권자는 성실하게 선거에 참여하여 선거권을 행사하여야 한다. 선거의 중요성과 의미를 되새기고 주권의식을 높이기 위하여 매년 5월 10일을 유권자의 날로, 유권자의 날부터 1주간을 유권자 주간으로 하고, 각급선거관리위원회는 공명선거 추진활동을 하는 기관 또는 단체 등과 함께 유권자의 날 의식과 그에 부수되는 행사를 개최할 수 있다.”라고 명문화하고 있다.


우리는 과연 첫 총선 실시 이후 6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 민주주의의 뿌리를 내렸다고 할 수 있을까. 여전히 어설프고 미숙한 것이 사실이다.


기껏 뽑아 놓았더니 갖가지 의혹에 연루돼 의원직 유지가 어려워진 당선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럴 경우 우리는 재보궐 선거를 치러야 한다. 여기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유권자들의 시간 낭비는 온전히 시민의 몫이다.


우리 국회가 민생을 논하고 입법활동을 하기보다는 정쟁으로 소일하는 국회임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일하지 않으면서 세비만 받아가는 그런 국회인 줄 알면서 우리는 미욱하게도 또 다시 기대를 갖고 19대 국회의원을 선출했다.


필자는 언젠가 본란에서 ‘국민의 무게’라는 제하에 “국민을 결코 가벼이 여기지 말라”고 정치인을 향해 소리친바 있다. 선거 당시에만 귀하신 몸이고 선거가 끝나고 나면 곧 이내 잊혀 지곤 하는 신분이 대한민국의 유권자들이다.


우리 헌법 제1조에는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돼 있다. 그렇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군사정권시절처럼 총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과연 유권자로서 자격이 있는가. 지난 4.11총선을 비롯한 지나간 그 많은 선거에서 학연, 혈연, 지연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투표한 시민은 그 얼마나 될까. 선거 때마다 우리는 부끄럽지 않게 주권을 행사하였는가. 이 같은 물음으로부터 자유로운 유권자가 그 몇이나 될까. 우리에겐 과연 “민주주의를 할 자격이 있는가.” 하고 물으면 이 역시 자신이 없을 게다.


법에 명문화는 돼 있으나 보장받지 못하는 권리는 명목상의 권리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행사하지 않는 권리는 있으나마나 한 권리다.


그러잖아도 인천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선거권 확보의 역사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했다. 기왕에 정해진 날이니 만큼 유권자의 날을 앞두고 유권자의 의미와 자세를 되새겨봄도 좋을성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