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등불을 가까이 할 때다/ 燈火可親
바야흐로 등불을 가까이 할 때다/ 燈火可親 | ||||
원현린 논설실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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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가을을 알리면 여름 더위로 게을리했던 독서를 다시 시작하곤 했다. 독서하면 떠오르는 사자성어가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등화가친(燈火可親)’이 그것이다. 이는 당나라 문장가 한유(韓愈)의 아들 부(符)가 성남(城南)으로 공부하러 가 있을 때 지은 시(詩)에 전하는 문구로, 고금을 통해 독서를 권하는 가장 대표적인 문구로 꼽히고 있다. “때는 가을이라 장맛비 개이고, 새로이 시원한 바람이 들판에 불어온다. 이제 가히 등잔불도 점점 가까이 할 수 있으니, 책을 거뒀다 폈다 할 만하지 않겠는가. (중략) 시를 지어 책 읽기를 주저하는 너에게 독서를 권하노라.”-時秋積雨霽(시추적우제), 新凉入郊墟(신량입교허). 燈火稍可親(등화초가친), 簡編可舒卷(간편가서권). (中略) 作詩勸躊躇(작시권주저).” <‘부독서성남(符讀書城南)’ 중에서> 글 내용에서 보듯이 ‘등화가친’은 아버지가 자식에게 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도래했으니 책 읽기에 딱 좋은 계절임을 깨우쳐 주고 무더운 여름에 게을리했던 독서를 다시 시작하라는 엄한 가르침이다. 이 문장은 책을 읽는 목적이 부귀영화에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으나 전해지는 권학문 가운데 첫째로 꼽히는 글이다. 여기에서는 자식을 기르면 반드시 가르쳐야 하고, 가르치되 엄하게 가르칠 것을 강조했다. 요즘에는 자식이 학교에서 스승에게 심한 꾸지람을 들었다며 학교에 찾아가 스승에게 거칠게 항의하는 일부 학부모들이 왕왕 있다. 자식을 지나치게 애지중지한 나머지 엄하게 가르치고 있지 않은 부모들이다. 새겨들어야 할 내용의 글이라 사료된다. 이 글에서 보듯이 독서를 통해 가난하고 어리석은 자 넉넉해지고 현명해진다는 점을 나타내 책 읽기를 권하는 문장이다. 이 밖에 주희(朱熹)의 권학문에서도 “오늘에 배우지 않고 내일이 있다고 말하지 말고, 금년에 배우지 않고 내년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하여 사람이 부지런히 힘써 배워야지 세월만 보내서는 안 된다는 권학문을 남겼다. 이 학자는 주지하는 바대로 너무나 유명한 즉흥시, ‘우성(偶成)’이라는 만고의 경세문(警世文)을 남겼다.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촌음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 연못가의 봄풀은 아직 꿈에서 깨어나지 않았는데, 뜰 앞의 오동나무는 벌써 가을소리를 내는구나.” -少年易老學難成(소년이로학난성), 一寸光陰不可輕(일촌광음불가경). 未覺池塘春草夢(미각지당춘초몽), 階前梧葉已秋聲(계전오엽이추성). 지난해의 경우 우리나라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9.2권으로 2011년에 비해 0.7권 감소했다. 게다가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책 읽는 시민은 더욱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내년은 유네스코가 인천을 ‘2015년 세계 책의 수도(World Book Capital 2015)’로 선정한 해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가을이 되면 등불을 가까이 할 때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