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현린 칼럼

걱정하는 낯빛들이 아니다

원기자 2012. 10. 2. 10:47

걱정하는 낯빛들이 아니다
2007년 06월 13일 (수)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세상살이가 힘들거나, 하는 사업이 잘 안되어 한 번쯤 복채를 들고 점집을 찾은 이들이 있을 것이다. 원래 사람은 흉화보다는 길복을 원한다. 그래서 사람이 사는 시중에는 점집이 있다. 점집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정치인이 상당수에 이른다는 것이 역술가들의 얘기다. 특히 정치의 계절이 돌아오면 으레 찾는 곳이 역술가의 집이다.

흔히 말하기를 ‘사람은 심성이 곧아야 한다’고 한다. 고래로 내려오는 관상학에서도 ‘얼굴이 아무리 좋아도 몸 좋은 것만 같지 못하고, 몸이 아무리 좋아도 마음 좋은 것만 같지 못하다’ 했다. -상호불여신호(相好不如身好), 신호불여심호(身好不如心好).-

본격 대선레이스가 시작됐다. 전개되고 있는 후보검증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후보 자격 검증은 철저히 할수록 좋다. 다른 선거도 아니고 한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다. 완벽에 가까운 사람을 뽑아야 한다. 대통령에게는 탁월한 지도력과 누구보다도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대통령 중심제인 나라에서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은 막강하다. 행정부의 수반이면서 국군 통수권자이다. 권력의 최고 정점에 있는 사람이다. 대통령 한 사람에게 국민이 한 나라의 운명을 맡긴 것이다. 이러한 지위에 있는 지도자 한 사람을 잘못 뽑아 국민이 말할 수 없는 고초를 겪는 사례를 우리는 각국의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자기 눈 위에 달린 눈썹도 보지 못하는 존재가 사람이다. 제 몸의 일부인 뒷머리도 보지 못하는 것이 사람이다. 어찌 사람의 앞날을 점칠 수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우리는 혜안을 지닌 사람을 뽑아야 하니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저께 대선 유력 후보로 알려졌던 정치인 한 사람이 불출마를 표명했지만 국민은 여전히 헷갈린다. 도대체 몇 개의 정당에서 몇 명의 후보가 나올 것인지. 출마의 변은 하나같이 ‘나 아니면 안 된다’이다.

수분지족(守分知足), 족함을 알고 분수를 지키라 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이해득실을 따져가며 탈당, 입당, 창당을 반복하는 이합집산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측은한 마음까지 든다.

당태종 이세민이 위징에게 “어떤 군주가 명군(明君)이고 암군(暗君)인가.”하고 물었다. 이에 신하는 “많은 신하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군주가 명군이고 가신의 의견에만 귀 기울이는 군주가 암군입니다”하고 답했다. 그는 또 나라를 다스리는 원리에 대해 묻자 “임금은 배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다”라고 했다.

물은 배를 뜨게 해주지만 때로는 배를 뒤집기도 하는 존재다. 조선조 정조도 이를 인용, 같은 말을 하고 “내가 이제 배를 타고 백성에게 왔으니 더욱 조심한다” 했다. 중국의 왕이나 조선의 왕 모두가 물과 같은 백성의 힘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왕조시대에서도 백성을 귀히 여기고 두려워했다.

요즘은 어떤가. 주권재민인 나라인데도 주권이 마치 대통령과 고관대작들에게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이들이 있는 것 같다. 제나라 헌법도 모르는 이들이 정치를 한다니 나라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헌법 1조에는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라고 뚜렷이 명문화되어 있다. 주권은 오직 국민에게만 있다. 그러니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말미암아 존재하는 것이다. 그 누가 이런 국민을 가벼이 여길 수가 있겠는가.

후보들 모두 얼굴 모습이 그리 밝고 맑아 보이지가 않는다. 그런 얼굴들로 어떻게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인가. 대통령은 한 국가의 지도자이다. 지도자의 표정이 밝아야 국민들의 표정도 밝다. 그래야 나라의 앞날도 밝은 것이다.

충무공 이순신 같이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나라를 걱정할 때처럼 우국충정에서 우러나오는 근심어린 얼굴이라면 성스러움이라도 빛날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대선주자 누구를 막론하고 나라걱정은커녕 후보조차 떨어질까 근심하는 낯빛이 역력하다.

얼굴은 마음의 표현이다. 마음이 편치 못하면 낯빛도 어둡다. 연말 대전(大戰)에 출사표를 낸 후보들에게 권한다. 서로가 참고, 웃고, 칭찬하라고. 그리고 국민의 심판을 기다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