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현린 칼럼

내 얼굴이 곱지 않다

원기자 2012. 10. 2. 10:54

내 얼굴이 곱지 않다
2007년 08월 08일 (수)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한 왕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오는 사람에게 큰 상을 내리겠노라고 했다. 그림 좀 그린다는 화가들은 저마다 아름다운 그림의 소재거리를 찾아 나섰다.

햇볕이 따사로운 봄날, 시골 초가집 마당에서 어미닭이 병아리를 데리고 모이를 쪼고 있었고 마루에서는 한 여인이 어린아이를 안고 젖을 물린 채 해맑은 아기의 얼굴을 들여다 보며 행복감에 젖어 있었다. 이 광경이 한 화공의 눈에 들어왔다.

이 화가는 이거다 싶어 그림도구를 꺼내놓고 이 평화로는 정경을 화폭에 담았다. 이 그림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으로 뽑혀 장원을 했고 왕으로부터 상을 받았다.

그 후 몇 년이 흘렀다. 나라에서 이번에는 세상에서 가장 추한 모습을 담은 그림을 그리는 자에게 큰 상을 내리겠노라는 방을 붙였다. 예전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 큰 상을 받았던 그 화가는 이번에도 1등을 하겠노라 다짐하고는 추한 모습을 찾아 나섰다.

몇날 며칠 그림의 소재를 찾아 헤매던 중 한 교도소 앞을 지나가는데 감옥에 갇혀 핏기 없는 얼굴에 머리는 산발한 채로 창살 밖을 힘없이 응시하고 있는 죄수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화가는 바로 이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추한 모습이리라 생각하고 이를 그려 또다시 큰상을 받았다.

한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으로 당선된 그림의 소재로 등장했던 바로 그 아기가 세월이 흐른 후에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그림의 소재로 된 것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문인 한 사람이 “내가 거울을 들여다보아도 내 얼굴이 험하다”, 해외에 나가 마음을 다듬고 오겠노라고 하며 떠났던 일이 생각난다. 사실 필자의 몰골도 요즘 말이 아니다. 그렇다. 우리 모두의 얼굴이 제 낯빛이 아닌 성 싶다. 너나없이 우리의 얼굴은 옛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의 소재거리가 되고도 남을 만큼 고운 얼굴들이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제 모습들을 찾아야 하겠다.

인성론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그 중 로크의 성 백지 설에 의하면 인간은 하얀 백지위에 그려져 가는 경험이 인간형성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한다.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교육을 여하히 받느냐에 따라 사람은 흑이 되고 백이 된다. 선인이 되고 악인이 된다. 교육환경, 생활환경이 어떠냐에 따라 삶의 흑백이 나뉜다.

얼굴은 마음의 창이라 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예비 후보들을 보면 그 곱던 얼굴들도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졌다. 웃음도 억지웃음들이다. 자연스럽지가 못하다. 심지어는 시시각각 변하는 정국 상황에 따라 성난 얼굴이 되기도 하고 미소 띤 얼굴이 되기도 한다. 그들 스스로 그 같은 형국을 자초해 놓고 일희일비하는 모양들이 가관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값에다가 연일 헐뜯어 대는 상대 후보 비방전에 환멸을 느낀 시민들이다. 게다가 최근 서남아시아에서 날아드는 비보는 우리를 더욱 초라하게 하고 있다.

힘이 없어서인가. 무리한 요구조건이라 하지만 미국과의 외교 채널은 가동되는가. 아니면 고장이 났는가. 정부의 외교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의 마음은 잠시도 편할 날이 없다. 여기에다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병역을 면제 받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더욱 살맛이 안 난다.

혈압까지 마음대로 조절해가며 병역의무를 피하려던 자들이 적발됐다. 이들에게 국가는 살집과 먹을 것을 제공할 의무가 없다. 이들은 이미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들로 보아야 한다.

지구상에는 역사상 수많은 민족이 국가를 건설하였다. 그 중에 힘이 없는 민족은 가차 없이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져 갔다. 힘 있는 민족만이 살아남았다. 힘을 길러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길을 오가는 시민들의 표정이 밝아야 거리에도 활기가 넘치는 것이다. 피서철도 막바지다. 정치이야기고 뭐고 접어두고 한번쯤 피서지로 떠날 것을 권한다. 그리고 목욕한 몸으로 돌아오라. 몸을 깨끗이 씻은 사람은 반드시 옷을 털고 입는다 했다. -신욕자 필진의(新浴者 必振衣)-. 일을 새롭게 하려면 우선 몸과 마음부터 정갈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