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현린 칼럼
단 한점의 진품
원기자
2012. 10. 2. 11:31
단 한점의 진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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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들었던 옹고집전이라든가 쥐뿔 어원 등에서 보듯 가짜가 진짜를 몰아내어 자리가 뒤바뀐 이야기는 허다하다. 지금 사회는 가짜가 득세하는 세상이다. 명품일수록 가짜가 많다. 모두가 시장에 내놓을 때는 진짜로 위장하여 내놓는다. 소비가가 식별하여야 한다. 상인들 말만 들어서는 속아 넘어가기 쉽다. 진짜를 판단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무공해라 하여 유기농법에 의한 농산물이 인기다. 당연히 값이 비싸다. 이 또한 가짜가 유통되고 있어 진짜 유기농산물이 피해를 입는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 시장에서도 짝퉁이 진짜를 몰아내고 있다. 공산품을 넘어 농산품까지, 심지어 사람까지 가짜가 판을 친다. 한마디로 악화(惡貨)에 의한 양화(良貨) 구축(驅逐)현상이다. 우리사회에서 법을 어기는 사람은 소위 안다는, 배웠다는 계층이 더 많다. 아니까 법망(法網)을 빠져나가는 법도 알고, 위법(違法)도 탈법(脫法)도 저지르는 것이다. 법을 모르는 순박한 서민들은 세금 내라하면 군소리 안하고 고지서대로 납부한다. 하지만 뭘 좀 안다는 인사들은 이리저리 빠져나갈 묘안을 찾아다니다가 요행 속이는데 성공하면 그만큼 이득을 보게 된다. 어쩌다 재수가 없어 사기행각이나 탈법, 위법행위가 들통나 걸려들면 잠시 먹여주고 재워주는 국립호텔 신세만 지면 된다. 소위 범털(고관대작이나 돈 많은 수감자를 비꼬는 말)이라는 인사들은 세인(世人)의 관심이 잊혀지게 될 때가 되면 무슨 사면이다 뭐다 하여 모두가 풀려나곤 한다. 국법(國法)이 무르다. 이 때문에 법을 다루고 지켜야 하는 인사들이 앞장서서 법을 무시하니 국가경영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이다. 법을 지키면 나만이 손해라는 의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정의(正義)는 세워지지 않는다. 한 아이를 놓고 서로 자기 아이라고 우겨대는 사건이 있었다. 둘로 나누어 가지라고 판결하였다. 이때 나타나는 두 어머니의 반응에서 진위를 가리는 것과 같은 솔로몬의 지혜능력을 인간은 지니고 있다. 사람은 저마다 혜안(慧眼)을 지니고 있다. 특히 다음 주에는 대선이 있다. 잘 뽑아야한다. 잘 살피고 살피면 가짜를 식별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비슷하나 그러나 아니다. 언듯 보기에는 같다. 이를 일러 사이비(似而非)라 한다. 사기꾼들의 수법을 보면 감쪽같이 속아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대선 후보들은 하나같이 장밋빛 공약을 내걸고 있다. 한 후보는 ‘경제를 꼭 살리겠다’하고 다른 후보는 ‘가족 행복시대’를 만들겠다 한다. 또 다른 후보 역시 ‘반듯한 대한민국’을 건설하겠다며 표심잡기에 나서고 있다. 믿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각 대선 후보들이 당선만을 목표로 내건 실천 불가능한 공약이라면 그것은 국민을 속이는 행위다. 대학의 명교수들도 불과 몇 십 명, 많아야 몇 백 명 앞에서 강의를 한다. 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들이다.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수백, 수천, 수만이 아니라 수천만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연설을 한다. 이처럼 귀중한 시간에 서로 상대 후보에 대해 비방만 늘어놓는 후보를 국민들은 어떻게 믿고 선택하겠는가. 국가 장래를 이끌어갈 철학이 담긴 내용이 없다. 정의를 설파하고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그런 웅변이 아쉽다. 정통은 정통성을 잃고 사특한 무리들이 판을 친다. 땅에 떨어진 도를, 도덕을 다시 세운다라든가, 무너진 법질서를 바로 잡는다는 등의 공약은 보질 못했다. 철학이 없이 이리 저리 헤매는 우리들의 군상(群像)이 초라하게 보인다. 우리 속담에 바늘도둑 소도둑 된다는 말이 있다. 속이는 것에 익숙하다 보면 재미를 붙이기 마련이다. 종국에는 국민까지 속이게 된다. 국민을 더 이상은 기만하지 말라. 이미 국민들은 여러 번 속아 넘어갔다. 다음 주 우리 국민은 단 한 점의 진품을 뽑아야 한다. 결과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한번 잘못 뽑으면 5년을 기다려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