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현린 칼럼
‘다수로부터 하나’
원기자
2012. 10. 3. 16:04
‘다수로부터 하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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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으로 갈수록 다문화 가정이 늘고 있다. 베트남, 인도, 필리핀, 중국 등 아시아를 넘어 호주, 유럽, 아메리카 등지의 지구촌 각국에서 시집을 왔거나 장가든 외국인이 한 둘이 아니다. 각종 사업장이 밀집되어 있는 인천은 현재 합법적인 외국인 근로자만도 3만3천여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무단으로 입국한 불법 체류자를 합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것이 관계당국의 추산이다. 그런데도 인천에는 외국인 노동자의 근로를 도와주거나 고충을 처리할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조차 없다. 몇몇 종교와 민간단체에서 지원하는 것이 고작이다. 때문에 체계적인 지원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어 외국인 근로자들이 권리를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인천의 총 국제결혼건수는 1천947건으로 전체 결혼의 10.7%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년 5월 현재 인천지역 내 결혼 이민 여성은 총 7천74명에 이른다고 한다. 인천발전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결혼 이주 여성이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 인적 자원의 활용 및 취업지원에 대한 정책은 미흡하다”며 “인력활용 방안을 확충하고 시민을 위한 다문화 이해교육과 체험 프로그램도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에는 언어와 습관 등 제반문화가 서로 다른 수많은 인종이 한데 모여 살고 있다. 때문에 미국을 일러 흔히들 다인종 국가라 한다. 이러한 미국을 표현하는 여러 말 가운데 ‘도가니’(Melting Pot)라는 말이 있다. 거대한 도가니인 용광로는 여러 물질을 한데 녹여 성질이 전혀 다른 제3의 물질로 다시 태어나게 한다. 아마도 사회학자들이 미국사회를 용광로에 비유하여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일 게다. 하지만 이 ‘도가니’라는 말도 이제는 과거의 표현이 되었다고들 한다. 그 표현은 1980년대쯤에서 끝나고 이제는 샐러드(Salad) 문화라 해야 옳다는 것이다. 도가니 이론은 이민 초기 유럽인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사회였기에 서로 유사한 문화를 지녀 당시의 미국사회를 설명하기에는 적절하였으나 이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언어와 피부색이 전혀 다른 민족이 한데 엉겨 있어 현 사회 상황을 적절하게 표현하기에는 맞지 않는다 한다. 따라서 민족 각자가 고유의 성질을 잃지 않으면서 독특한 문화가 형성되어 가고 있는 미국을 설명하는 데에는 ‘샐러드’가 제격이라 한다. 샐러드는 서양 요리의 하나로 생야채나 과일을 주재료로 하여 마요네즈나 프렌치드레싱 따위의 소스를 섞어 버무린 음식이다. 샐러드는 각기 재료들이 저마다 고유의 맛과 성질은 잃지 않고 유지한다. 그래서 이제는 ‘샐러드 문화’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화폐, 동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수가 모여서 하나가 된다’라는 뜻의 라틴어 ‘E PLURIBUS UNUM’가 새겨져 있다. 이 말 뜻은 다인종 국가, 미국의 이민정책을 나타낸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풍토의 미국이기에 흑인인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게다. 한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 시집온 외국인 여성이 한국생활에 적응하는데 10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특히 이들 중 80% 가량은 지역 사회가 주관하는 행사에 단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다고 답해 사회통합교육을 위한 제도적 개선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주민들의 국내 조기정착을 돕기 위한 어떠한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지 않다. 체계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이들이 마음 편히 자신들의 발전과 우리 국가 경제발전을 위해 일할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더 이상 단일민족국가가 아니다. 농촌에 가보면 한국으로 결혼 이민 온 여성이 자주 눈에 띈다. 농촌의 며느리 자리가 외국 여성으로 대체되어가고 있다. 산업단지에는 외국인 근로자 없는 사업장이 없을 정도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우리의 산업역군으로 자리 잡은 지는 이미 오래다. 대한민국도 이제 다문화 사회로 되어가고 있다. 우리도 어떠한 형식으로든 ‘다수로부터 하나’라는 의미를 담은 우리만의 고유한 디자인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