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건 같은 만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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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정국으로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나라의 관심이 온통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이다. 대선은 아직도 7개월이나 족히 남았다. 경제는 뒷전으로 밀린 지 이미 오래다. 오직하나 당선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선거가 끝난 후 국가 경제는 기울대로 기울 것은 뻔한 일이다. 기우에 지나지 않길 바란다. 최근 경제동향을 살펴보면 부동산 광풍에다가 실업률 증가다. 이는 자연 서민가계를 압박하게 된다. 굳이 경제통계를 보지 않더라도 서민들은 피부에 와 닿아 느끼고 있다. 정치이슈를 놓고 무모하게 다투기보다는 당장 눈앞에 닥친 민생현안을 챙겨 국민의 아픔을 치유하는 후보가 있다면 그 후보가 곧 대통령이 될 것이다. 이처럼 간단한 선거운동법을 모르고 엉뚱한데서 표심을 잡으려는 후보들을 보고 있노라니 참으로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타협과 양보의 정치는커녕 편 가르기다. 내 편 네 편으로 나뉘어 싸우는 것이 가관이다. 어제의 동지도 내 편이 아니면 적이다. 원래 정치란 그런 것이지만, 그래서 기대치가 크면 실망도 클까봐 바라지도 않지만, 이것이 바로 정치의 패러독스가 아닌가 한다. 며칠 있으면 인류의 스승이라 칭하여지는 석가가 탄생한 날, 사월 초파일이다. 도심의 사찰이나 산속의 절 마당은 온통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뜻을 담은 연등으로 뒤덮여 있다. 이 꽃등에 나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뜻만 담았다면 효험이 없을 것이다. 나도 잘되고 내 이웃도 잘되기를 기원하는 뜻을 담아야 비로소 부처가 복을 내린다. 중생이 병들면 보살도 아프고 중생의 병이 나으면 보살의 병도 낫는다 했다. 지금 중생은 아프다. 나라가 안정돼야 백성이 평안하다. 나라가 시끄러우니 중생이 고달플 수밖에 없다. 일찍이 중생들에게 자비(慈悲)를 가르쳐온 석가모니다. 본디 자비란 불쌍히 여긴다는 뜻의 범어 ‘maitri'에서 나온 자(慈)와 동정 또는 함께 슬퍼한다는 의미를 지닌 범어 ’karuna'에서 나온 비(悲)가 합쳐서 된 말이다. 즉 ‘자’는 온갖 생명체를 사랑하여 애지중지하며 즐거움을 준다는 의미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에 대한 사랑이다. 하늘을 나는 새와 바다 속의 물고기까지도. ‘비’는 모든 생명체를 불쌍히 여겨 괴로움을 뿌리뽑아 준다는 뜻이다. 즉 동정심이 많고 자애로우며 크게 사랑하고 크게 가엾게 여겨 괴로움을 없앤다는 의미다. 이웃의 고통을 분담하는 그런 마음이다. 요즘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한 기업인의 빗나간 자식 사랑도 행동을 분석해보면 다 이 자비심의 결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석탄일을 앞두고 우리는 과연 이 같은 자비심으로 세상을 살고 있는지 한번쯤 자신을 되돌아봄도 좋을듯하다. 흔히들 “인연이 있으면 만나겠지요”라고 한다. 이렇게 우리는 살아가며 마주치는 모든 사람과 사물을 ‘인연’으로 돌린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도 달라진다. 결혼시즌이다. 주례사는 하나같이 만남의 인연을 강조한다. 만남에는 잘된 만남도 있지만 잘못된 만남도 있다. 잘못된 만남의 예로 흔히 드는 것에 생선과 같은 만남이 있다. 비린내가 나기 때문이다. 오래 접하면 접할수록 역겨운 냄새가 난다. 향내 나는 사람이 되어야지 비린내 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또 예쁜 꽃송이와의 만남도 아름다운 만남이 못된다. 활짝 피었을 때는 애지중지 사랑하다가 시들면 내치고 만다. 비참한 만남이다. 건전지와 같은 만남도 잘못된 만남이다. 이 또한 힘이 약해지면 이내 버리는 것은 시든 꽃과 같다. 저울과의 만남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조금 무거우면 참지 못하고 곧 내려놓기 때문이다. 손수건 같은 만남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만남이다. 힘들 때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아주고 슬플 때면 눈물을 닦아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과 만나며 생활을 한다. 그래서 삶은 만남의 연속이라고도 한다. 만나는 사람 모두가 다 손수건과 같은 만남이 되었으면 한다. 가족보다도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살아가야 하고 또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같은 직장인들이다. 이들보다 더 소중한 사람들은 없다. 이들과의 만남이야말로 손수건 같은 만남이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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