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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권

원기자 2026. 9. 9. 10:23

생명권/2026.09.09

 
                                                                                        원현린 주필

9월 10일은 생명의 소중함과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제정된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해마다 70만 명 이상이 자살로 사망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 지난 한해 사망자수는 1만3천774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실로 엄청난 수치다.

여전히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다. 인천대교 위에서 투신, 자살을 택하는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지난 2009년 개통 이후 지난달까지 투신 사망자는 97명에 달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다리 위에서는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보다 투신으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인천대교(주)는 투신 방지를 위한 안전시설 설치 계획에 따라 연내 설계에 착수, 내년부터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라 한다.

한강 교량의 경우 다리마다 투신 예방 구조물이 설치돼 있지만 이곳에서도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21년부터 올 7월까지 28곳의 한강 교량에서 발생한 투신사고는 661건에 달했다. 오죽하면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한국의 다리를 놓고 ‘자살 대교’라고 칭할 정도라 한다. 부끄러운 이야기다.

다리마다 난간을 높이는 등 시설을 보강하고 있으나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물리적 시설을 설치. 생을 포기하는 투신자의 행위를 차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조치는 될 수 있다. 투신 방지시설 설치를 서두를 것을 당부한다.

소설 속 이야기지만 자살을 금기시하는 나라가 있다. 토머스 모어의 이상국가 ‘유토피아(Utopia)’가 그곳이다. 이곳의 환자들은 극진히 보살핌을 받는다. 건강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약이든 음식이든 무엇이든지 아낌없이 쓰게 한다. 불치의 병에 걸린 사람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자리를 함께하여 말동무도 돼 주면서 증상을 경감시킬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해 위로해 준다. 그러나 병이 악화돼 극심한 고통을 주는 경우에는 신부와 공무원이 찾아가 환자에게 ‘고통에 종지부를 찍어주는 것이 현명한 일이며 경건하고 성스러운 일’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 자유의사에 달려 있다. 만일 환자가 그래도 계속 살기를 원한다면 누구나 전과 마찬가지로 조금도 다름없이 보살펴 준다. 하지만 신부나 의회의 승인을 얻지 않고 자살을 하는 경우엔 불명예스러운 죽음으로 취급, 화장이나 매장을 하지 않고 적절한 의식도 치르지 않는다.

스스로 생을 달리하는 이유는 많을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천부불가양(天賦不可讓)의 권리를 가졌다. 이 권리는 타인은 말할 것도 없고 본인 스스로도 포기 할 수 없는 절대적 권리다. 그렇다. 생명의 무게가 그리 가벼운 것은 아니다. 한번 잃으면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것이 생명이다. 이 땅에 어떻게 온 생명인데 그토록 쉽사리 생을 마감하려 하는가.

각박한 사회에 살다 보면 참아내기 어려운 일들도 많을 것이다. 그래도 이 땅에 살자. 인간에게는 누릴 수 있는 다섯 가지 복, 오복(五福)이 있다. 

「서경(書經)」홍범(洪範)편에 보인다. 첫째는 수(壽)로 장수를 누리는 것이다. 둘째는 부(富)로 풍요롭게 사는 것이다. 셋째는 강녕(康寧)으로 몸과 마음이 건강하여 평안하게 지내는 것이다. 넷째는 유호덕(攸好德)으로 덕을 쌓아 존경받는 것이다. 다섯째는 고종명(考終命)으로 운명대로 살다가 편안히 생을 마감하는 복이다.

인간에게 자살할 권리는 없다. 누구나 고종명으로 생을 마무리 하길 원할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슬픈 일 중의 하나는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불러도 대답 없을 때다. 자살, 그것은 크나큰 죄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