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은 한 국가의 구성원인 동시에 주권의 주체다. 주권은 모든 국가권력의 원천이다.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제1조 2항)’라고 선언하고 있다.
헌법에서 국민의 지위는 주로 세가지로 구별한다. 첫째는 주권의 주체로서 국민이고 둘째는 국가의 최고 기관으로서의 국민이며 셋째는 기본권의 대상으로서의 국민이다.
이러한 국민을 놓고 정치인들이 즐겨 쓰는 말이 있다.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표현이 그것이다. 그토록 국민을 내세우던 고위관료치고 인사청문 과정에서 본 모습 실체가 드러나자 약속이나 한 듯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국민의 눈높이를 몰랐다’는 말이 그것이다. 국민의 눈높이조차 모르면서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출사(出仕) 성명서 낭독 소리가 시민들에게는 단지 귓가를 스쳐지나가는 바람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자신의 한 몸조차 제대로 건사하고 살피지 못하는 인사가 어떻게 장관자리에 앉아 국가를 경영하고 사회를 개혁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게다가 지나온 행적을 묻는 청문위원들의 질의에 툭하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하곤 하는 국무위원 후보들이다. 그런 기억력으로 어찌 장관직을 맡아 막중한 국사를 수행하겠다는 것인지 이 또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천거하는 장관 후보자마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번번이 낙마하는 등 국정 동력이 상실되자 지난 18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의 정책 방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민은 언제나 옳다’하고 매사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뜻과 국민의 삶을 더 살피겠습니다’라고 국민 앞에 다짐했다. 한 나라 대통령의 선언(宣言)이다. 선언은 약속이다. 결코 허언(虛言)이 돼서는 안 된다. ‘하늘이 무너져도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말은 정언명령(定言命令)이다.
그렇다. 국민은 언제나 옳다. 하지만 개개인의 국민이 아닌 전체 국민의 의사는 파악이 안 된다. 한 헌법학자는 “국민은 이론적으로는 주권의 주체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안타깝게도 통치의 객체로 여겨진다"며 "그러니 주권자로서 정치권력에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늘 깨어 있어야 한다”고 피력하고 있다.
국민의 개념도 진영논리에 따라 반쪽으로 갈린다. 그렇다면 절반의 의사이지 국민 전체의 의사가 아니다. 다수결 원리에 의해 전체 의사로 간주될 뿐이다. 정치인은 이를 이용한다. 자기 진영 지지층의 의사만을 국민의 의사라 한다. 이처럼 정치인이 원용하는 국민은 헌법상 국민이 아니다.
자신의 무게는 누구보다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 필자는 지금껏 장관 자리 제안 받고 사양했다는 인사가 있었다는 말은 들어 보질 못했다. 청문회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하는 고위직 벼슬자리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사퇴의 변은 전술했듯이 ‘국민 눈높이 미 파악’이다. 국민 눈높이를 파악하는데 2~3주의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지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하자투성이 한 장관후보의 사퇴를 놓고 내놓는 진영의 논리가 가관이다. ‘살신성인(殺身成仁)’이라는 네 글자까지 동원, 위로하는 모습에서 허탈감을 느낀다. ‘살신성인’의 사전적 뜻은 ‘자기 몸을 희생하여 인(仁)을 이룸’이다. ‘인'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으로 인간이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이다.
권력을 향한 무한 욕망을 지닌 이들에게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작금 일부 정치인들의 막말을 듣고 있자니 모두가 국민을 힘들게 하는 언사들 뿐이다. 이러니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나라라는 소리가 나온다. 나라가 보전됨이 희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