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현린 칼럼

또다시 4년을 기다리려는가

원기자 2012. 10. 5. 10:34

또다시 4년을 기다리려는가
2010년 06월 02일 (수)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최종선택일이다. 이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선거운동도 끝나 유권자들은 오늘 지방선거에 임하게 되었다. 오늘 선거는 1인 8표제다. 그 많은 후보들을 검증하기도 어려웠을 게다. 그래도 빠짐없이 투표에 참가하여 내 지역 살림을 이끌어 갈 적임자를 잘 가려 뽑아야하겠다.

우리 헌법은 제1조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문화 하고 있다.

선거는 국민이 정책결정에 참가하는 기본적인 행위인 동시에 주권 행사의 가장 구체적인 방법이다.

투표는 개개인의 선택이지만 그 결정을 모아 하나의 집단적 결정을 이루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이는 꼭 100%는 아니더라도 높은 투표율을 전제로 한다. 투표율이 낮으면 시민의사로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투표행태로 다음의 4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는 후보자의 인물을 보고 투표하는 ‘인물지향형’이고, 둘째로는 정당의 정책을 보고 투표하는 ‘정책지향형’이다. 셋째는 지방색이 강해 자기 지방 출신의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지역지향형’이 있고, 넷째로는 자기가 소속되고 있는 계층이나 조직을 우선적으로 감안해서 투표하는 ‘조직지향형’이 있다.

오늘 유권자들은 이 4가지 가운데 한 유형에 속해 투표할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이 중 인물과 정책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하여 의사를 결정,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 최선의 투표가 아닌가 한다.

경제도 어렵고 나라도 어수선하다. 이럴 때일수록 능력 있는 인물의 출현이 요청된다. 오늘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은 선거운동기간동안 하나같이, 마치 금세라도 세상을 바꿀 것처럼 갖가지 공약을 내걸었다. 민원이던 무엇이던 해결 못할 문제가 없다 했다. 무엇이 公約(공약)이고 무엇이 空約(공약)인지를 이제는 유권자들이 판단할 차례다.

필자도 숱한 선거를 경험해 왔다. 좀 달라졌으려니 하고 이번 선거유세를 지켜보았으나 전과 조금도 달라진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후보들 간 상호 비방과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것은 전과 다름이 없었다. 누가 더도 덜도 할 것이 없었다. 여전했다. 마치 자기도 속이고 남도 속인다는 의미의 사자성어인 ‘자기기인(自欺欺人)’이 떠올려지는 유세장의 모습이었다. 그토록 시민들이 바라던 후보 간 정책대결은 별반 보이질 않았다.

변하지 않은 유세행태를 바라보면서 필자는 문득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꽃피기를 기대하는 것은 마치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어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는 한 서양인의 모욕적인 말이 떠올랐다.

우리에겐 정말 민주주의를 할 능력이 없는 것인가. 지방자치가 본격 시행 된지도 19년이 지나 사람으로 치자면 성년의 나이가 되었다. 해가 가도 여전이 구태가 재연되고 있는 우리의 선거풍토도 이제는 정말 달라져야 하겠다.

잘 뽑아야 한다. 일찍이 프랑스의 사상가 루소는 “시민은 선거 당시만 자유롭고 선거가 끝나고 나면 다시 노예상태로 돌아간다”고 까지 하면서 선거제도를 혹평했다. 어차피 치러야 하는 오늘의 선거다. 그러니 더욱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이 땅에 발 붙이고 살면서 정치에 무관심할 수는 없다. 정치 등 현안에 대해 ‘모르겠다’로 일관하는 정치적 무관심층, 즉 ‘D.K 그룹’(Don’t Know group)이 증가하면 할수록 우리 지방자치의 발전은 멀어져 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민주주의가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유권자의 ‘민주적 각성’ 유무에 달려 있다. 유권자가 어떠한 압력과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깨끗한 한 표 주권을 행사할 때 진정한 민주주의는 이루어지는 것이다.

인천은 선거 때마다 다른 시·도에 비해 투표율이 낮았다. 낮은 투표율을 놓고 ‘시민의사의 결정체’라고 할 순 없다. 투표율이 낮다하여 또 다시 투표 할 수도 없다. 투표율을 높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했다. 오늘은 임시공휴일이다. 나들이를 가더라도 투표를 하고 가자. 아무에게나 투표하지 말고 잘 골라 찍어야 한다. 기권하거나 한번 잘 못 뽑으면 우리는 또 다시 4년을 기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