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현린 칼럼

감시보다 성원을

원기자 2012. 10. 5. 10:43

감시보다 성원을
2010년 08월 05일 (목) 원현린 주필 itoday@i-today.co.kr
“아직도 멀었다. 도로 가거라. 가서 다시 글공부를 제대로 하고 오너라.” 조선조 명필 한석봉의 어머니가 글공부를 마쳤다며 집으로 돌아온 아들을 엄히 꾸짖고 매정하게 돌려보내면서 한 말이다.

“부모가 자식을 기르기만 하고 가르치지 않는다면 이는 그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요. 비록 가르치더라도 엄하게 하지 않는다면 이는 또한 그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가르치면 반드시 엄하고 엄하면 반드시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면 반드시 성공한다.” 중국 북송대의 문인 유둔전의 권학문 중 일부다. 모두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야기들이다. 가르치되 엄하게 가르치라는 말들이다.

교육에 있어서는 시의 고금과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다르지 않다. 교육의 방식은 달라도 모두가 자식을 사람답게 키우려는 노력에서는 다르지 않다. 인천학부모들이 교육비리 감시에 직접 나선다는 소식이 우리를 우울하게 하고 있다. 급기야는 학부모가 학교를 감시하는 시대가 됐다.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허탈할 뿐이다. 교육계의 비리가 병입고황의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것이다.

비리를 알고도 그냥 덮어 두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것이 못 된다. 학부모 가 나설 때까지 자정노력을 게을리 한 당국도 책임이 크다. 학부모가 자녀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학교를 감시하는 풍토에서 어떻게 전인교육이 이루어지고 인재가 길러지겠는가.

교육제도를 보면 그 나라의 장래가 내다보인다. 탈무드의 교육법이 오늘도 살아 있음도 다 이유가 있어서다. 하루는 두 명의 랍비가 마을을 지키는 사람을 만나서 조사할 것이 있다며 북쪽 마을의 시찰에 나섰다. 맨 먼저 마을의 경찰서장이 나왔다. “아니오. 우리가 만나려는 사람은 마을 지키고 있는 사람이오.” 그러자 수비대장이 나왔다. 그러자 또 랍비는 “아니오. 우리가 만나려는 사람은 경찰서장이나 수비대장이 아니라 학교 선생님이오. 교육자들이야말로 마을을 지키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소.” 탈무드에 나오는 말이다. 나라를 지키는 것은 병사가 아니고 학교라 하고 있다. 랍비양성학교에서는 일반과목과는 달리 ‘탈무드’만큼은 왼손으로는 학생을 엄하게 훈련하고 오른손으로는 포근히 감싸줄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인격자만이 강의 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정작 두려워해야 할 것은 학생들이 자기 부모가 자기를 가르치는 스승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다는 것이다. 혹자는 지금의 현실은 대장부가 태어날 수 없는 환경이라 한다. 부모가 자식의 스승을 감시하는 풍토 하에서 어떻게 인재가 나오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자식이 호연지기 한번 펴 볼 수 있을까. 그래서 필자도 이 말에 수긍이 간다. 교사들 또한 제자들의 부모로부터 감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열과 성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칠 마음이 들겠는가.

인간은 환경의 아들이다. 교육계의 환경이 이러니 탈무드를 강의할 수 있는 교사가 나오기 어려울뿐더러 인재도 태어나기 어렵다.

나무가 곧게 자라기 위해서는 묘목당시부터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을 수 있도록 손봐주어야 한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한때 서울 강남의 어머니들이 외국어 회화를 잘하게 하기 위해 어린아이의 혓바닥을 수술할 정도로 극성을 부린 적이 있었다. 이러한 교육을 받은 아이가 자라서 큰 인물이 될 리 만무하다. 수술 받은 혀와 입으로 말은 번지르르하게 잘 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인격자는 결코 될 수가 없다. 일찍이 ‘교언영색인 사람치고 어진 사람이 없다’ 했다. 이러한 부류의 사람이 양성되면 그 사회는 건전한 사회로의 길로 갈 수가 없다. 건전한 사회는 거저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누가 만들어 주는 것도 아니다.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학교를 감시하는 열정으로 자녀가 공부하는 학교에 성원을 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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