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현린 칼럼

나는 건전한가?

원기자 2012. 10. 2. 11:55

나는 건전한가?/2008/5/1

달력을 보니 5월 한 달을 가히 ‘가정의 달’이라 할 만하다. 맨 먼저 오늘이 근로자의 날이다. 이어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1일 입양의 날, 12일 석가탄신일, 15일 스승의 날, 21일 부부의 날 등등으로 이어진다.

우선 열거된 날의 의미를 보면 이렇다. 근로자의 날은 근로자의 노고를 위로하고, 근무의욕을 더욱 높이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가정마다 근로자가 없는 가정은 없다. 이날 하루만큼은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의거, 근로자는 유급휴일이다. 어린이날은 “대한민국 어린이헌장은 어린이날의 참뜻을 바탕으로 하여 모든 어린이가 차별 없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니고 나라의 앞날을 이어나갈 새 사람으로 존중되며 아름답고 씩씩하게 자라도록 함을 길잡이로 삼는다.”라는 헌장 전문에서 보듯, 어린이의 인격을 존중하고 행복을 도모하기 위해 정한 기념일이다. 어버이날은 낳아 주시고 길러주신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을 기념하여 정한 날이다. 입양의 날도 5월 중에 있다. 입양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건전한 입양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정해진 날이다. 이어 인류의 큰 스승이라 일컬어지는 석가모니의 탄생을 기리는 석가탄신일, 스승의 날로 이어진다. 부부의 날도 이 달에 들어 있다.

이처럼 5월은 각종 기념일이 몰려 있다 보니 한 달 내내 축제분위기다. 백화점들을 비롯 각종 단체들은 풍성한 관련 상품전과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한쪽에서 풍요를 구가하는 이면에는 빈곤층도 있다. 자칫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속에 최소수의 최대 불행은 묻혀지기 쉽다. 고아원이나 양로원 등 시설원이 그곳이다. 격리되어 있거나 소외받는 이웃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말아야 하겠다.

나는 건전한가. 내가 건전치 못하면 가정이 건전치 못하고, 사회가, 나아가 국가가 부강하지 못하게 된다. 건전치 못한 가정이나 사회를 보면 각자가 제자리에서 제 노릇을, 제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각자가 자기가 서 있는 곳에서 각자의 몫을 다할 때 최고선은 이루어진다 했다.

가정의 달을 맞아 ‘나는 과연 현 위치에서 내 할 일을 다하고 있는가?’라고 한번쯤 반문하고 자성해보는 것도 좋을 성싶다. 오늘은 가정의 달 5월이 시작되는 첫날이다.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달, 소외받는 이웃이 없는 그런 가정의 달이 되었으면 한다.

근자들어 우리사회에 충격을 준 두 가지 사건이 있다. 그 하나는 노부(老父)를 지게에 태우고 금강산 구룡폭포며 만물상 등을 둘러본 효자 이야기다. 세인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미담이 되기에 충분했다.

반면 다른 하나는 자식에게 전 재산 다 빼앗기고 필리핀에 버려진 80대 노부부의 ‘필리핀 고려장’ 이야기이다. 이 사건으로 우리나라는 천년 내려오던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이란 찬사가 동방불효지국(東方不孝之國)으로 전락됐다. 심히 부끄러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자업자득인지 모른다. 우리의 교육이 뭔가 잘못된 것만은 분명하다. 사람의 도리(道理)를 가르치기 전에 영어발음을 좋게 한다하여 어린아이의 혀뿌리 수술을 한다는 부모도 있다고 들었다. 이런 아이가 자라면서 제나라 말은 어눌하게 할 것은 뻔하다. 영어만 할 줄 아이들은 효(孝)다, 敬老(경로)다, 友情(우정)이다 하는 단어들과 그다지 친하지 않은 줄로 알고 있다. 그러니 경로효친사상이 싹틀 리 만무하다. 일찍이 공자는 “요즈음 부모를 물질로써 봉양하는 것을 효도라고 한다. 그러나 개나 말도 집에 두고 먹이지 않는가? 공경하는 마음이 여기에 따르지 않는다면 무엇으로써 구별하랴?”라고 개탄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건전한 사회를 논하면서 “정신적으로 건강한 인간이란, 생산적이고 소외되지 않은 인간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잘못된 것을 보면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고 잘된 것을 보면 표본(標本)으로 삼아 자기를 성찰하는 5월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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