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현린 칼럼

강화도의 어제와 오늘

원기자 2012. 10. 2. 11:59

강화도의 어제와 오늘/2008/5/29

맑은 공기와 물, 푸른 하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 있는 것들이다.

강화도야말로 서해안 마지막 청정지역이라 할 수 있다. 이마저 개발 논리에 밀려 사라진다면 이는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마치 후손들의 삶은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만이 당대에 잘 먹고 잘 살기위해 환경을 훼손하는 것에 다름없다. 게다가 소중한 문화유산인 사적지 등 유서 깊은 역사유물들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강화도는 단군 이래 조선의 마디마디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는 곳이다. 온통 역사유적들로 뒤덮여 있다. 강화도가 ‘살아 있는 역사교과서’로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강화에 가면 가장 오래된 유물인 역사이전 시기, 즉 선사시대의 유적 고인돌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고인돌은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강화도에서는 해마다 고인돌 문화축제가 열린다.

마니산 정상에는 단군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쌓았다는 참성단이 있다. 매해 전국체전이 열릴 때면 성화를 채화하는 곳도 바로 마니산 참성단이다. 마니산을 민족의 성산(聖山)이라고 부르는 이유 또한 이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강화는 고려가 몽고군의 침입을 받자 이에 대항하기 위해 도읍을 개경에서 강화로 옮기고 궁궐과 성을 쌓았다. 항몽 기간은 무려 60년이나 됐다. 한때 고려의 도읍지였기에 이로부터 강도(江都)라 불린다. 이때에 고려궁이 지어졌고 강화산성 등이 축조되었다. 강화에 사적지가 유독 많은 것은 이로부터 기인한다.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를 거친 갑곶돈대, 광성보, 초지진 등 곳곳에 축조된 요새는 외적을 막기 위해 세워진 방어시설들이다.

강화에는 사찰도 많다. 우선 꼽을 수 있는 곳이 불력(佛力)으로 나라를 지키려 대장경을 조판한 곳, 선원사가 있다. 이밖에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정족산성에 둘러싸여 있는 전등사를 비롯 정수사, 백련사, 보문사 등 곳곳이 도량이다. 가히 강화를 일러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할만도 하다 하겠다.

이처럼 강화는 역사유적지가 많아 전국에서 여행객들이 많이 몰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주말과 휴일이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등 인근의 나들이객으로 붐빈다. 인천시는 밀려드는 관광객을 수용할 시설이 태부족인 관계로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마니산 일대를 위시하여 강화 전역에 대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개발하고 있다. 마니산에는 연간 60만 명이 다녀간다는 것이 통계다.

어느 곳보다도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는 곳이 강화도가 아닌가 한다. 지금은 강화대교와 초지대교가 놓여 있어 누구나 쉽게 건널 수 있지만 예전에는 그러하질 못했다.

이처럼 유서 깊고 풍광 좋은 강화도에 공장이 들어선다고 한다. 규모는 100만㎡에 달하는 지방산업 단지다. 명분은 지역경제 활성화, 이름은 가칭 ‘강화 산업단지’.

강화군은 새로운 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타당성 조사와 입지후보지 분석, 유치업종과 지역경제 파급 효과 분석 등에 착수한다고 한다. 군도 청정지역인 관계로 폐수를 발생시키는 공해업종을 배제하고 전기, 전자 등 첨단관련업종의 기업을 위주로 유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덥지가 못하다. 산자수려(山紫秀麗)하여 경치 좋은 곳은 국민관광지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국적 없는 각종 모텔 등 숙박업소들이 마구 들어서서 경관을 해친 지 오래다.

군은 난개발을 최소화한다고 하지만 벌써부터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이미 수 십 개의 공장이 강화도에 들어섰다. 수 천년 동안 조용하기만 하던 섬마을이 교통, 환경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강화도에 생산시설이 들어서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주민을 위한 것이고 지역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좋다. 하지만 그것이 사적과 환경을 파괴하고 주민과 지역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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