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제도에 의한 통치/2008/6/12
법과 제도에 의해 움직여지는 나라가 진정한 법치국가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나라는 민주국가가 아니다. 그런 사회가 있다면 그 사회는 단지 사람의 다중 집합체에 지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취임 100일 기념회견에서 “한국 통치는 매우 힘든 일이라고 하는데 동의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리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데 한국을 통치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 같은 심중을 토로했다.
나라를 통치하는 일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쇠고기 파동’의 여파로 연일 촛불집회가 계속되고 국제유가 폭등으로 나라경제가 엉망이니 대통령의 힘든다는 말에 동정은 간다.
‘청와대 수석 비서관 전원 사의 표명’, ‘총리 비롯 내각 총 사의’. 최근 언론에 오르내린 정치기사 제목들이다.
여당 내의 한 의원이 “대통령 주변 일부 인사들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자 일파만파 파장이 일고 있다. 오늘의 난국이 일부 인사들에 의한 권력 독점에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이다. 집권세력 내부에서 권력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나라당 당사에 걸린 ‘초심 잃지 않고 국민 뜻 받들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이 무색하다. 이미 초심을 잃었다. 이는 지난 6.4 재·보궐선거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민심도 떠났다. 이 대통령도 국민의 눈높이를 미처 몰랐다고 했다.
예전부터 치자에게 좌우명이 될 만한 말로 ‘백성은 물이요. 군주는 배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전복시킬 수도 있다.’는 말이 있다.’ 측근 핵심 참모들이 권력투쟁이나 일삼으니 이 같은 충언의 말을 웃전에 전했을 리 없을 게다.
치자가 법을 무시하고 정치를 하려니, 자연 국민저항에 직면하게 되고 종국에는 정권이 넘어가기도 한다. 과거 군사정부나 공안정국 시절, 계엄을 선포해가며 정권연장을 하곤 했었다.
국가는 사회 질서 유지상 필요하다면 공권력을 동원해서라도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 치안부재 상황에 이르게 됐다면 방치할 수도 없을 게다. 그러나 원인을 제공하고 이에 대한 반대 의사표시로서 집회신고 후 가진 행사에 참석한 시민을 형사처벌한다느니 하니까 또 다른 저항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우리는 늘 적정시기를 놓치곤 한다. 시기를 잃으면 효과도 반감된다. 인사 쇄신이 그렇다. 이제 와서 총리후보에 ‘박근혜’ 카드’가 최선이니 하고들 우왕좌왕이다. 늦었지만 그래도 이제 어쩌랴. 다시 추슬러서 적임자를 적재적소에 임용하는 것만이 난국을 풀어나가는 수순일 게다.
제대로 하지는 않고 지지율만 떨어진다고 국민들을 원망한다. 법과 제도에 의해 통치를 하는데 지지율이 그토록 큰 폭으로 오르내리겠는가. 악법이 아닌 한 법에 의한 정치를 하면 된다. 그러면 한국통치도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게다. 그렇지 않으니까 어려운 것이다. 법에 의한 통치가 아쉽다.
미국 민주주의가 가능한 것은 법에 의한 통치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리라. 미국의 경우 다민족으로 구성된 연방국가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 수많은 민족이 한데 얽혀 사는 나라가 제대로 통치될 리 없다. 우리가 거대 미국이란 나라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법에 의한 지배가 이루어지는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얼마 전 끝난 미국 민주당 대통령후보 선거전에서도 힐러리는 투표에서 떨어지자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고 같은 당 오바마의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보았다.
우리 같으면 어떠하였겠는가. 경선결과 같은 당이라도 패자 측은 승자 측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 과정을 지켜볼 때마다 필자는 부러움을 느낀다. 패자가 깨끗이 승복하는 모습에서 미국 민주주의를 본다. 패배를 인정하는 것을 그들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작금의 정치상황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조금도 나아지고 달리진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앞선 정권을 무능과 독선과 오만한 정권이라고 혹평하고 이를 반면교사로 삼겠다던 현 정부도 오십보 백보인가 보다.
'원현린 칼럼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신이 있는가, 없는가 (0) | 2012.10.02 |
---|---|
여기가 로도스다 (0) | 2012.10.02 |
강화도의 어제와 오늘 (0) | 2012.10.02 |
스승의 날 유감 (0) | 2012.10.02 |
나는 건전한가? (0) | 2012.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