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현린 칼럼

정신이 있는가, 없는가

원기자 2012. 10. 2. 12:06

2008년 07월 23일 (수)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우리가 처한 지금의 상황을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내우외환’이라 해야 옳겠다. 안으로는 한 달 넘게 개원조차 못하다가 때늦은 지각 등원으로 허둥대는 국회, 최근의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때맞추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대는 일본의 ‘독도 망언’이 재발됐으니 이 말이 적절한 표현일 게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동방의 ‘조용한 아침의 나라’가 아니다. 인도의 시성 타고르가 잘못 본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였던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라고 한국을 찬미했다. 푸른 눈의 서양인들도 한국을 ‘조용한 아침의 나라’, ‘은둔 한국’ 등등으로 표현했고 중국에서도 ‘군자의 나라’, ‘동방예의지국’이라 일컬었다.


이러한 나라가 이제 시끄러운 나라가 되었다. 코리아 찬미를 썼던 시인이 다시 한 번 오늘의 한국에 관한 시를 쓴다면 무어라 쓸까. ‘지지리도 못난 대한민국, 조상이 만들어준 영토도 지켜내지 못하는 민족이 여기 동방에 자리 잡고 있다고’라고 쓰진 않을까. 심히 걱정치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지금 맥아더가 또 다시 한번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해주기를 바라는가. 아니면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 추축국에 대항하던 연합군이 재결성되기를 바라는가. 우리를 도와줄 이는 아무도 없다. 이제 ‘세계 속의 한국’으로 우뚝 설 것인가. 아니면 역사의 무대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인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렸다.


지구상에는 수많은 민족이 나라를 세웠다간 쓰러지곤 했다. 힘이 있는 민족은 살아남아 역사를 이어갔고 그렇지 않은 민족은 가차 없이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져갔다.


우리에게 지금 외교력은 있는가, 없는가. 우리는 지금까지 ‘선린외교’니 ‘실용외교’니 하면서 ‘과거에 얽매여서는 안된다’고 기회 있을 때 마다 강조해왔다. 대 일본 외교가 그렇고 대북 정책 또한 그렇다. 언제까지 손해만 보는 정책을 펼 것인지. 우산국을 정복한 신라장군 이사부가 울고 대마도를 정벌한 조선 장수 이종무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우리 헌법은 제3조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라고 명문화하고, 제66조에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69조는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다음의 선서를 하도록 하고 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이처럼 우리 헌법에는 영토규정이 있다. 우리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이다. 그 부속 도서 ‘독도’를 지키지 못함은 헌법을 수호하지 못함과 다름 없다. 사력을 다해 지켜내야 한다.


냉철히 우리 자신을 돌아보지 않으면 안된다. 저들이 독도를 분쟁지역화하여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려는 것이 속셈이고 보면, 독도 관련 국제법 이론을 확립해 놓아야 한다. 국제해양법 등 국제법 이론으로도 무장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나라가 위난에 처했을 때에는 여도 야도 없다. 혼연일체 한 몸이 되어 난국을 돌파해나가는 미국을 보지 못하였는가. 미국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면 전직 대통령들이 나란히 참석하여 기념촬영을 한 후 각자의 고향이나 임지로 떠나곤 한다. 이러한 모습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필자는 부러워해야만 했다. 그 정도가 무어 그리 부럽겠는가 하겠지만 필자는 그마저도 부럽다.


지금 우리의 모습을 보자. 안팎으로 환란을 겪고 있음에도 신·구 정권 간에는 정부 기록물 반환을 놓고 하네 마네 하고 기 싸움까지 벌이고 있으니 우리는 지금 정신이 있는가, 없는가. 일본은 학생들에게 말도 안되는데도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라고 가르치고 있는데, 우리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보여주고 있는가.


국익이 우선이다. 어느 나라를 둘러보아도 국익에 우선해 당리당략을 일삼는 나라는 대한민국 말고는 없다. 우리는 지금 제정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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