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현린 칼럼

여기가 로도스다

원기자 2012. 10. 2. 12:03

여기가 로도스다
2008년 07월 09일 (수)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이솝우화에 이런 말이 나온다.
고대 그리스에 잘난 체 하는 한 육상선수가 먼 길에서 돌아와 자기 나라 땅을 욕하면서 자신이 여행지에서 벌였던 크고 놀라운 사건들을 열거했다. 그가 한번은 로도스 섬에서 아무도 흉내 내지 못할 정도로 올림픽 선수 못지않게 멀리뛰기 기록을 세웠다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이 같은 이야기를 뒷받침할 증인들도 있다고 떠들어댔다. 이때까지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구경꾼 하나가 참다못해 나서서 그 에게 말했다. “좋소! 그게 사실이라면, 여기가 로도스 섬이라고 치고, 한번 뛰어보시오”라고 주문했다. 큰 소리 치던 허풍쟁이는 이 소리를 듣자 갑자기 얌전해졌다는 이야기다.


변호사이자 정치가인 한 인사가 최근 독일의 철학자 헤겔의 법철학 강요 서문에 나오는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춤추어라.’ 라는 문구를 제목으로 인용, 책을 출간해 널리 알려지기도 한 말이다. 그는 헤겔이 우화를 인용해 나타내려고 한 뜻은 환상의 나라, 허구의 나라, 불가능의 나라에 닿기 위해 헛되이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오늘 우리에게 의미 있는 문구라고 전하고 있다. 책의 해석대로 우리가 발을 딛고 선 바로 여기, 지상에 확실히 존재하는 현실의 땅에서, 비록 불만족스럽더라도 최선의 성과를 이루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함은 재삼재사 강조할 필요가 없다 하겠다.


그렇다. 지금 발 디디고 서 있는 여기가 중요하다. 따로 로도스는 없다. 모두가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만이 유독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1개월 이상 개점휴업 상태에 있던 국회가 더 이상 명분을 찾지 못했던지 이제서야 개원한다고 부산을 떨고 있다.


인용한 우화의 한 나그네처럼 제 나라 제 땅을 비하하거나 욕해서는 안 된다. 자신 스스로는 어느 나라 어느 땅에서 태어났는가. 한 나라에서 태어나려면 천겁, 한 민족으로 태어나려면 4천겁의 세월을 요한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살기가 어렵고 살 나라가 못된다며 이민을 준비하는 시민이 줄을 서고 있다기에 하는 말이다.


오늘 현재의 삶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문구는 많다. “전생의 일이 궁금하거든, 지금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라. 죽은 후 다음 생의 일이 궁금하거든, 지금 자신이 짓고 있는 행위를 돌아보라.” -욕지전생사(欲知前生事),금생수자시(今生受者是).욕지내생사(欲知來生事),금생작자시(今生作者是)라는 말이 그 하나다.


또 다른 이야기로 ‘어제는 부도난 수표이고, 내일은 약속어음이며, 오늘은 준비된 현금이다.’ 라고들 말한다. 오늘 현재를 알차게 사는 것이야말로 행복의 비결이다. 행운을 뜻한다는 네 잎 크로버를 찾기 위해 가장 가까이에 있는 행복의 세 잎 클로버를 짓밟아서는 안 된다. 이는 크게 어리석은 짓이다. 오늘 우리의 행동 하나 하나를 역사가 굽어보고 있음을 의식하자. 그러면 두렵고 두려울 것이다.


조선역사 오천년래대사건이 하루 멀다 않고 벌어지고 있다. 쇠고기 정국이니 무슨 정국이니 하는 말은 이제는 더 이상 만들어내지 말아야하겠다.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 모든 사설들은 말할 것도 없이 현재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오늘을 헛되이 보내고서는 알찬 내일을 맞이할 자격이 없다. 오늘 하루를 열광과 갈채로 살자. 그러니 오늘 여기서 뛰자. 여기가 바로 로도스다.


경제가 어렵고 삶이 고달파서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의 얼굴 표정이 어둡다.


지금 우리는 올림픽 슬로건처럼 더 빨리, 더 멀리, 더 높이 달리고 뛰어야 할 때가 아닌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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