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가자 해놓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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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등 사회 저명인사들의 잇따른 자살로 온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언론들은 앞을 다투어 자살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도 자살방지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은 없다. 자살이라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증요법으로 처방을 내놓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자살율 세계1위라는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10만 명 당 자살한 인구는 24.8명으로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에 이어 사망원인 4위라 한다. 올 들어 하루 평균 36명이 자살로 목숨을 끊는다는 믿기 어려운 통계가 있다. 이것이 국내 자살 실태다. 필자가 자살이라는 말을 처음 접한 것은 아마도 학창시절에 뒤르껭의 ‘자살론’을 접하고서가 아닌가 한다. 자살자 본인은 스스로 생명을 끊는 단순한 행위일지는 몰라도 주위의 가족, 친지들은 말할 수 없는 고통에 휩싸이게 된다. 한 가정이 파괴된다. 가정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엄청난 손실이다. 경제적 손실은 액수로는 산정할 수가 없을 정도다. 결혼하여 자녀를 둔 성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자식들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그 자식들이 무슨 죄가 있는가. 부모가 이 땅에 가자 해놓고, 그래서 태어난 생명체가 자식이다. 험한 세상 어디에서, 어떻게 살라하고 버리고 가는가. 이를 생각한다면 자살을 실행에 옮길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여기서는 어떠한 이유로라도 자살을 합리화시킬 수는 없다. 부모가 되어 자살한다면 이보다 무책임한 부모는 없다 하겠다. 천애고아(天涯孤兒)라는 말이 있다. ‘천애(天涯)’는 ‘천애지각(天涯之角)’의 준말이다. 하늘의 끝이 닿는 곳과 땅의 귀퉁이라는 뜻이다. 하늘과 땅처럼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을 일컫는 말이다. 즉, 천애의 고아란 아무 인연이 없이 넓고 넓은 광막한 곳에 버려진 고아를 칭한다. 부모도 핏줄도 없어 누구하나 보살펴 주는 이 없이 혼자서 남겨진 사람을 일컫는다. 이런 상황에 처하면 사람이 살아가기가 어렵다. ‘자살’, 그것은 죄악이다. 낳은 아이가 있다면, 그래서 그 아이가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고 종국에 죽음에 이르게 된다면 그 ‘자살’은 본인의 생명을 끊는데 그치지 않고 ‘살인행위’로까지 확대 해석이 가능하다 할 것이다. 더 나아가 한 사람의 자살이 자식 외에 가족들이나 아니면 제 3자의 동반 자살로 이어질 경우, 이 또한 그 자살이 그들에게 죽음의 동기를 유발한 것이 돼 인과관계(因果關係)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하겠다. 인간의 생명은 소중하다. 생명권은 하늘이 내린 천부불가양의 권리이다. 아무리 자신의 생명이라 해도 스스로 목숨을 끊을 권리는 우리 인간에게 없다. 세계의 각종 인권선언과 헌장을 빌리지 않더라도. 자살 미수자들은 죽기 직전에 하나같이 살고 싶다고 외쳤다고 한다. 이는 죽음을 원하는 자는 없다는 증거다. ‘사자(死者)의 제왕보다 생자(生者)의 노예가 낫다’느니,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느니 하는 말들은 모두가 삶이 죽음보다 가치 있고 소중하다는 얘기다. 오죽하면 죽겠느냐는 말들을 한다. 그러나 죽을 힘이 있으면 얼마든지 살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더 완벽하게 짜서 운용해야 한다. 자살자에게는 대부분 사전에 심경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행동이 보인다고 한다. 주위 사람들이 좀 더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면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자살도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나라가 부강해서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평생토록 행복한 삶을 보장해줄 정도로 사회보장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다면 어쩔 수 없는 자살자가 발생해도 그래도 좀 낫다 하겠다. 우리의 사회보장수준은 그렇게 선진국 수준이 못된다. 경제적으로 살기가 어려워 자살을 택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자살을 결심하기에 앞서 남겨지는 아이가 ‘천애고아’가 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아마도 자살을 실행에 옮기는 이는 없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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