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正史)만이 역사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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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역사교과서 개정논란에 휩싸여 있다. 유신정권 부분은 어느 정도 수정됐다지만 5공화국 부문에서는 아직도 논란을 겪고 있고, 김대중 정권의 ‘국민의 정부’ 시절 ‘햇볕정책’의 표기를 놓고 이견이 분분하다. 오래되기나 한 것들인가. 불과 최근현대사의 일이다. 우리가 목도하고 경험한 역사들이다. ‘햇볕정책’ 용어를 삭제하느냐 살리느냐, ‘화해협력정책’이라는 용어를 병기하느냐 마느냐 등의 부분에서 정치권이 티격태격 다투고 있다. 여전히 좌편향이다 우편향이다 하며 왼쪽 오른쪽 싸움만 일삼고 있다. 역사적 사실을 놓고 여야가 따로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정치권이 얼마나 한심한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역사가 어떻게 여야 협상의 대상인가. 이는 ‘여권발행 역사책’과 ‘야권 발행 역사책’을 따로따로 발간하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 하겠다. 이래가지고서는 어떻게 난마처럼 얽히고설킨 국내외 문제를 풀어갈 것인가 심히 걱정치 않을 수 없다. 우선 학생들 보기가 부끄럽다. 스스로의 문제도 어느 것 하나 깔끔히 해결 못하면서 어떻게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한국사 관련 교과서 수정·개정 작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우리는 고구려사, 발해사 등 우리의 고대사를 왜곡하는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에 대응도 하여야 하고 걸핏하면 들고 나오는 일본의 독도 문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우리 학생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고 자라겠는가. 무엇이 우리 앞에 놓인 진정한 숙제인가를 아는지 모르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혹 그동안 조금 잠잠해졌다 해서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독도 우기기에 대해 둔감해지지나 않았는지 적이 걱정된다. 좌우시비 문제도 바로 잡아야 하겠지만 고대사 부분도 백두산 등 우리의 영토문제와 직결된다. 우리의 경우 중국이 언제부터 동북공정을 시작했느냐에 대해서도 정확한 정보가 없을 정도이다. 중국이 발해유적을 단독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록, 신청한다는 등 역사를 왜곡하려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되면 발해역사는 중국역사의 일부로 세계사에 기록될 것임은 뻔하다. 더하여 고구려를 중국의 소수민족이 세운 지방정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중국에서 열렸던 제6회 동계아시안게임 당시 중국은 성화를 백두산에서 채화했다. 이는 한국고대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키려는 의도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처럼 세계역사에서 우리 역사가 깡그리 없어질 수도 있는 중차대한 문제는 차치하고 우리는 ‘햇볕이다’ ‘그늘이다’ 하며 또 다른 소모전만 일삼고 있다. 대입 논술시험 문제로 ‘발해사를 우리 역사로 볼 수 있는 근거를 서술하시오’와, ‘김대중 정부 시절의 대북정책을 ‘햇볕정책’이라고 해야 옳은가, ‘화해협력정책’이라고 해야 옳은가를 논하시오’가 출제됐다고 치자. 택일 하라면 어느 것이 대학입시문제 다운 문제일까. 역사는 있는 그대로를 사실대로 기록해야 한다. 그때그때 집권세력의 자의에 따라 개정되고 수정된다면 그 역사는 정사(正史)가 아니다. 그것은 야사(野史)이거나 패사(稗史)이다. 불후의 사서 ‘사기(史記)’를 서술한 중국의 사마천은 역사 기록을 위해 죽음보다 더한 궁형(宮刑)을 견디고 살아남아 남은 역사서를 완성했다. 그는 “큰 치욕을 당하면서도 자살하지 못하고 살아남아 있는 것은 내 문장 ‘사기’를 후세에 남겨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라 했다. 역사교과서를 개정하는 문제이다. 학생들이 역사를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역사적 사실에 입각하여 조금도 치우침이 없이 사실대로 기록되어야 한다. 역사는 결코 승자의 기록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잘못 기록된 역사는 바로 잡아야 하겠지만 혹 자칫 서두르다가 경솔하여 또 다시 오기를 한다면 종국에는 우리 역사서는 누더기가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스스로 우리 역사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왜곡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역사는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니다. 역사가 어떻게 기록되고 있는지는 역사가 굽어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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