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에 빌어보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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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최대 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모레부터 추석 연휴에 들어가지만 사실상 내일 오후부터 귀성이 시작된다. 한반도에 또 한 번 민족 대이동이 연출된다. 귀성객들은 둥근 보름달 아래 그동안 보고 싶었던 부모, 형제와 친지들을 만날 것이다. 이날만큼은 우리 민족은 농촌에서도 가을걷이가 있더라도 일손을 멈추고 명절을 즐긴다. 예전과는 달리 우리 사회에 최근 들어 달라진 모습이 있다. 외국인과 결혼한 다문화가정이 늘어난 점이다. 외국인 여성을 며느리로 맞는 가정이 많아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농촌으로 갈수록 심하다. 인종이 다르니 언어와 피부색도 다를 것이다. 모든 면에서 문화차이도 느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우리민족과 결혼했으면 똑같은 우리 국민이다. 며느리이든 사위이든. 명절을 앞두고 결혼이민여성을 위한 송편 만들기 강좌 등이 열리고 있지만 문화적 차이로 아직은 모든 것이 낯설고 어설프다. 잘 가르쳐주고 함께 어울리는 추석 명절이 되어야 하겠다. 이들은 이제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다. 사업장이 밀집돼 있는 인천은 외국인이 특히 많은 지역이다. 주안·부평·남동산업단지 등을 돌아보면 이제는 우리나라 근로자들보다 동남아 각지에서 온 해외 근로자들의 숫자가 훨씬 더 많은 듯하다. 이들이 우리 산업구조 속에 주역으로 자리 잡은 지는 이미 오래다. 이제 이들 없이는 우리는 산업과 수출을 논할 수 없게 됐다. 우리는 기술표준원이 정해 오랫동안 사용해오던 색 이름 가운데 ‘살색’을 ‘살구색’으로 이름까지도 바꾸었다. 이유는 인종 차별 없이 외국인들과 더불어 살기 위해서다. 고향에 못간 이들과도 정을 나누는 추석이 되어야 하겠다. 1960년대, 과거 우리도 못 먹고 못살던 시절, 독일 탄좌에 광부를, 병원에 간호사를 파견한 적이 있었고, 이어 70년대에는 열사의 나라 중동에 건설인력을 파견하여 외화벌이에 나선 적이 있었다. 이제 우리가 좀 살게 됐다고 지나간 어렵던 시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도 영국, 독일 등 유럽이나 미국에 가면 유색인종이다. 최근 한동안 뜸했던 간첩사건이 있었다. 탈북자로 위장한 간첩사건으로 인해 선의의 새터민들이 마음고민이 심하다 한다. 이들의 수도 1만 명을 넘어섰다. 한시바삐 이들이 걱정근심을 잊고 편안하게 정착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이들도 보듬고 끌어안아 주어야 하겠다. 고국에서 뜨는 해외이주민들의 달이나 새터민들의 고향, 북한에 뜨는 달이나 모두 같은 달이다. 작년에 뜬 달이나 어제 뜬 달이 모두 같건만 마음속에 뜨는 달은 각자에 따라 다르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 보름달만 같아라’는 말들을 한다. 1년에 365개 달이 뜨건만 유난히 추석 달은 크고 밝다. 중국의 시인 두보는 ‘사계’에서 秋月揚明輝(추월양명휘)라 하여 가을 달은 그 밝음을 드날린다고 찬양했다. 송나라 시인 소동파는 그의 시 ‘중추월(仲秋月)’에서 다음과 같이 추석 달을 노래하고 있다. ‘저녁 구름 걷히니 썰렁 맑은 기운 넘치고, 은하수 소리 없이 쟁반에 옥을 굴리네. 이 세상 이런 밤 늘 있는 것도 아닌데, 내년엔 밝은 달 어디에서 볼 것인가.’ -暮雲收盡溫淸寒(모운수진온청한), 銀漢無聲轉玉盤(은한무성전옥반). 此生此夜不長好(차생차야부장호), 明年明月何處看(명년명월하처간).- 추석은 풍성함을 의미한다. 우리민요 ‘달 타령’에 이맘때 뜨는 달을 ‘풍년가를 부르는 달’이라 했다. 천자문(千字文)에도 추수동장(秋收冬藏)이라는 문구가 있다. 가을은 한해 지은 농사를 수확하는 계절이다. 올 추석에는 모두의 마음속에 풍성함이 함께하기를 보름달에 빌어보자. 장사가 잘 안 되는 재래시장도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실의에 빠진 젊은이들에게도 일자리가 주어졌으면 한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에게도 올 가을이 결실의 계절이 되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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