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현린 칼럼

황금은 관리(官吏)의 마음을 검게 하고

원기자 2012. 10. 3. 15:54

황금은 관리(官吏)의 마음을 검게 하고
2008년 09월 17일 (수)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원래 ‘민중의 지팡이’는 경찰을 일러 하는 말이다. 집 잃은 어린이나 노인들을 안내해주고, 치안을 유지하여 시민들이 살아나가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경찰이 하는 일은 많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복잡다기한 사회에서는 경찰 없이는 단 하루도 질서를 유지할 수가 없다. 사회가 제대로 굴러갈 수가 없다.


요즘 경찰이 수난이다. 이러한 때에 스스로 개혁 작업에 착수했다니 다행이다. 경찰이 하는 일에 비해 칭찬보다는 욕을 많이 먹는 것 같아 안타깝다. 최근 성매매업소를 집중단속하자 업주들이 경찰에게 금품을 상납해왔다며 명단 공개로 맞서고 있다. 경찰이 유흥업소에서 금품과 성 상납을 받아왔다고 한다. 민생현장에서의 불법행위는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 경찰의 새로운 다짐이다.


자기혁신은 말은 쉽지만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는 시민들도 있다. 그래도 기대해본다. 경찰의 자기개혁은 언제나 미수에 그치곤 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만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먹이 사슬의 고리를 끊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래도 끊어야 한다. 부정과 연결된 고리는 공생관계가 아니다. 공멸관계임을 알아야 한다.


남을 짓누르고 협박하고 하여 쌓는 재화는 선업(善業)을 쌓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악업(惡業)을 쌓는 일이다. 그 돈으로 자녀 교육을 시킨들 사람답게 자라질 못한다. 식물도 오염된 물로 키워서는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자라기는 자라되 기형으로 자랄 것이다. 그렇게 자란 아이는 사회에 해악만을 끼치게 된다. 검은돈으로는 자식을 올바르게 키울 수가 없다. 남을 해하여 취한 재물은 결코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아마도 이 말은 진리일 것이다.


조선시대 관리 등용문인 과거시험에서도 시험관에게 황금이 오고 갔다고 한다. 탐관오리를 색출, 부정부패를 척결하고자 시행된 암행어사제도도 당초 취지는 좋았으나 종국에는 어사 스스로 뇌물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타락했다. 여기서 ‘감사하는 이를 감사할 자는 누구인가’라는 말이 나온다.


공무와 관련하여 공무원이 금품을 받았을 때 신고하는 곳이 클린센터이다. 현재 이 제도는 인천시를 비롯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운영하고 있다. 클린센터는 우리말로 ‘청백리 마당’이다. 인천시의 경우 올 추석을 전후, 이 센터에 신고된 물품은 제공자를 알 수 없는 강화도 특산물인 5만원 상당의 술 한 세트가 전부였다. 받은 금품이 없어 신고건수가 없었다면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렇지 않고 사실과 달리 금품을 받고도 신고를 안 해서 접수실적이 낮은 것이라면 곤란하다.


국가권익위원회가 최근 인천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근무경력 5년 미만 직원의 경우 공무원이 준수하여야 할 행동기준을 규정한 ‘공무원 행동강령’ 인지도가 44%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옛말에 ‘흰 술은 사람의 얼굴을 붉게 하고, 황금은 벼슬아치의 마음을 검게 한다’고 했다. -白酒紅人面, 黃金黑吏心(백주홍인면, 황금흑리심)-. 예나 이제나 황금을 좋아하기는 마찬가지인가 보다. 심지어 수도자의 길을 가고 있는 필자의 한 친구도 최근 “돈은 수도자의 마음까지 어지럽힌다” 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라는 시로 잘 알려진 나옹선사는 일찍이 ‘경세(警世)’라는 제하의 시에서 사람들에게 깨달으라고 다음과 같이 경고하고 있다. -평생을 홍진(紅塵)속에 허덕이느라, 백발이 되도록 늙는 줄도 모른다네. 공명과 재물은 화(禍)를 부르는 무서운 불길, 옛 부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타죽었을까.-


얼마 안 되는 뇌물을 뿌리치지 못해 평생 쌓아온 지위와 명예를 한 순간에 잃는 이를 보면 안타깝다. 유혹 많은 사회에서 청백리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은 간다. 막 살기보다 청아(淸雅)하게 살기가 훨씬 더 힘든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