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않고 사는 것이 진정 ‘참살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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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노인의 날이다. 오월과 더불어 시월은 각종 기념일이 많은 달이다. 어린이날, 개천절 등 무슨 날이면 빨간 글씨다. 그러나 오늘 노인의 날은 여느 평일처럼 까만 글씨다. 노인들은 생일인데도 즐겁지 않다고 한다. 노인들조차 노인의 날을 기억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사실 지금 우리가 구가하는 국민소득 2만 달러도 오늘 우리 사회 노인층의 피와 땀의 결과이다. 그 열매를 이 시대의 젊은 세대들이 먹으며 누리고 있는 것이다. 노인의 날을 맞아 오늘을 있게 한 주역, 노인들의 현주소를 한번쯤 짚어 보는 것도 좋을 성 싶다. 지금 신경통을 앓거나 치매를 않고 있는 대부분의 노인층들은 과거 1960~70년대 ‘공업입국’, ‘산업입국’을 기치로 내세우며 성장을 거듭, 오늘의 경제를 일군 주역들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현주소는 일부 층에서의 몇몇 재산을 소유, 소위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노후가 그리 편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의학의 발달은 인간의 수명연장을 가져왔다.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78.5세이다. 여성 81.8세 남성 75.1세라고 한다. 질병 없이 아프지 않고 장수하는 것이 진정 ‘참살이’이다. 요즘 유행하는 단어인 ‘웰-빙’(Well-Being)못지않게 ‘웰-다잉’(Well-Dying)도 중요하다. 오래 살되 질병에 시달리지 말아야 한다. 평균수명까지 10년은 질병에 시달린다고 한다. 그러면 그것은 웰-빙이 아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1만2천 가구를 표본 조사한 ‘제3차 국민건강 영양조사 심층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에 태어난 사람이 삶의 질을 누리며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수명은 68.6세(남성 67.4세, 여성 69.6세)로 추정되었다. 늘어나는 수명이 질병과 장애로 연결된다면 개인으로서는 삶의 질의 저하를 가져오고, 가정과 사회에는 정신적 물질적인 부담이 늘어난다고 한 연구위원은 말하고 있다. 통계대로 평균 수명이 78.5세인데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나이는 68.6세라면 10년 동안은 질병 등으로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산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각종 질환에 시달리며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하고 ‘골골 10년’ 살아간다는 의미이다. 지난 5년간 노인성 치매 환자가 2배 반 가까이 늘었고 치료비용도 무려 5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재희 보건복지부장관은 최근 세계 치매의 날을 맞아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치매를 앓고 있는 어르신은 전국적으로 40만명에 달하지만, 치료를 받는 경우는 3명 중 1명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노령화와 핵가족화로 인해 치매는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전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헌장 전문에도 건강을 강조하고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질 것을 의무 지우고 있다. 몇 구절을 발췌해본다. ▲건강은 단지 질병에 걸리지 않거나 허약하지 않은 상태뿐만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온전히 행복한 상태를 말한다. ▲인종, 종교, 정치적 신념, 경제적 혹은 사회적 조건에 따른 차별 없이 최상의 건강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권의 하나이다. ▲어느 국가에서든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고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가치 있는 일이다. ▲정부는 국민의 건강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적절한 보건 및 사회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일찍이 영국의 경제학자 비버리지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 하여 국가가 시민의 삶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국가가 국민의 행복한 삶을 책임지라는 뜻이다. 99세까지 산다면 분명 장수하는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백수(白壽)를 누리는 것이다. 요즘 노령 층들의 회식자리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신조어가 있다. ‘9988-234’가 그것이다. 아흔아홉 까지 팔팔하게 살고 한 이틀 앓다가 삼일 되는 날 죽자는 뜻이라 한다. 여기 일곱자리 숫자에는 오래 살고 싶다는 바람과 아프지 않고 살아야 한다는 언외의 뜻이 담겨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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