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지팡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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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홈페이지를 열면 청장의 인사말이 보인다. 거기에는 ‘국가의 법질서를 확립하고 범죄와 사고로부터 가장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열과 성을 다하고…’, ‘앞으로 부단한 내부개혁을 통해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경찰, 현장이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경찰, 공정하고 깨끗한 경찰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등등의 최상급 미문으로 다듬어진 문장을 올려놓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저께 제63회 경찰의 날 기념식에 참석, 치사를 통해 “국민 모두의 안전이 보장되는 나라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특히 범죄로부터 취약한 아동과 여성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이제까지 건국 경찰, 구국의 경찰, 민주 경찰의 길을 걸어 온 경찰이 이제는 국민의 경찰, 선진 경찰로서 선진일류국가 건설에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부임하는 경찰관서의 장마다 취임사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문구가 있다.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고…치안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말이다. 경찰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것 같기에 서두에 장황하게 인사말 등을 인용해 봤다. 경찰청장의 인사말을 들여다보면 담을 내용은 다 들어가 있다. 구절구절 문장은 번지르르하다. 실천의 문제이다. 인천시민 10명 가운데 6명은 혼자 밤길을 걷기가 겁난다고 한다. 본보는 지난 호에서 ‘살고 있는 동네 주변에서 혼자 걷기가 겁나는 곳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57%가 ‘있다’고 답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밤길 걷기가 불안한 도시라면 그 도시는 치안부재의 도시라 말할 수 있다. 이런 도시가 어떻게 국제 허브도시를 지향한다는 것인지 의심치 않을 수 없다. 경찰총수의 말대로라면 경찰이 범죄와 사고로부터 가장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열과 성을 다하는데, 현장이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경찰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는데, 시민들이 밤길 걷기가 두려울 리 없다. 선뜻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이는 말과 달리 임무를 다하고 있지 않음이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경찰을 얼마나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인천시민의 38%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시민이 경찰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경찰의 존재 가치마저 의심받게 된다. 실추된 신뢰회복에 힘써야 하겠다. 이것은 말로, 다짐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실천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경찰이 하는 일은 많다. 경찰은 길 잃은 어린이와 노인들을 집으로 데려다 주고, 술 취해 길바닥에 누워있는 시민을 보호해 준다. 도둑을 잡고 강도를 잡아 치안을 유지한다. 이렇게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여기서 나온 말이 경찰의 애칭이자 존칭인 ‘민중의 지팡이’이다. 현대는 국가가 최소한의 임무만을 수행하던 과거 야경국가 시대가 아니다. 이제는 국가행정이 적극적으로 시민의 삶에 개입해야 하는 복지행정시대이다. 경찰이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개입하는 것이라면 아무리 시민의 삶에 깊숙이 관여한다 해도 괜찮다. 안타깝게도 일부 경찰의 비리가 왕왕 발생하고 있어 우리를 씁쓸하게 하고 있다. 공무원은 한번 잘못 뽑아 놓으면 그 공무원이 공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시민은 괴롭다. 피해는 온전히 시민의 몫이다. 독직사건이 발생하면 매번 그때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느니, 의법조치한다느니 한다. 새롭게, 거듭나는 경찰이 되기를 바란다.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로 거듭나는 것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는 당사자인 경찰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실추된 경찰의 신뢰를 회복시키지 않는 한 시민은 경찰을 경원시하게 된다. 그러면 종국에는 피해자는 시민이다. 왜냐하면 경찰행정의 서비스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저께 경찰의 날도 지났다. 금후로 새롭게 거듭나는 경찰상을 시민들은 보고싶어 한다. 경찰을 미워하는 시민은 없다. 경찰이 진정한 시민의 경찰로 새롭게 거듭 태어날 때 시민들은 경찰을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라 칭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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