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택(幽宅)난, 조상도 알고 있다 | ||||
| ||||
이제 얼마 있으면 추석 명절이 다가온다. 우리는 또 한 번 민족의 대이동을 겪게 된다. 성묘에 앞서 시민들은 벌초를 하기 위해 이산 저산 조상의 묘역을 찾는다.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누구도 이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시키는 이 없어도 각자 조상의 묘를 찾아간다. 우리 민족만큼 조상을 받드는 민족도 드물 것이다. 아마 세계 어느 나라도, 해마다 벌에 쏘이고, 뱀에 물리고, 예초기에 다치는 것을 감수하며 조상을 살피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일 것이다. 조상을 잘 모셔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예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불릴 만도 하다.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내세울 만한 미풍양속이라 하겠다. 아무리 좋은 풍습도 시대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우선 떠오르는 것이 심각한 묘지 난을 들 수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장묘문화가 매장문화이기에 그렇다. 관습은 좀처럼 바뀌기 어렵다. 매장문화로 인해 해마다 여의도 면적의 1.2배에 해당하는 국토가 묘지로 바뀌고 있다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64만ha가 묘지로 조성되어 있고 이 가운데 개인 묘지가 69%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명절 성묘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의 매장 장묘문화도 이제는 재고할 때가 됐다. 한국토지행정학회가 실시한 장묘문화 의식조사 결과 성인 10명 중 6명이 화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당연히 좁은 국토로 인한 묘지 난을 들었다. 이처럼 심각한 묘지난 해소를 위해서는 매장을 선호하는 시민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산자수려한 우리의 산림이 묘지화되어 갈 것은 명약관화하다. 원래 명당은 없다. 진정한 명당이라면 천년만년 파헤쳐지지 않는 곳이라야 한다. 헌데 그렇지가 않다. 심산유곡을 제외하고는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개발에 밀려 이장되는 묘 자리를 명당이라 할 수는 없다. 장묘문화의 매장에서 화장으로의 전환은 사회 지도층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명당이 없다 하나 선거철만 되면, 특히 대통령 선거 시 어느 후보가 조상의 묘를 어디로 이장했느니 하고들 소문이 나돈다. 당선 되고 나면 조상의 묘를 잘 써 발복(發福)하였다고 한다. 풍수지리는 정치인, 기업인과 같은 계층에게는 필수이다 시피하다. 이들의 의식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들어 점차로 화장률이 높아가고 납골시설이 늘어나고 있기는 하나 장기적으로 보면 좁은 땅을 잠식하기는 매한가지다. 게다가 납골묘는 화강석 재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종국에는 환경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시·도별 공설, 공원묘지는 평균 2012년, 납골당은 2011년이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더 이상 시설을 늘리려 해도 님비(NIMBY)현상 등으로 인해 여의치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인천 영종도를 비롯 신도시가 들어서는 신개발지마다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묘지를 이장 수용해야 할 실정이다. 한 조사에서 나타나듯 매장위주의 장묘방식은 많이 줄어들었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납골당에 안치하는 장묘방식묘도 친환경적이 아니다. 이에 장묘방식 중 매장과 납골당의 대안으로 나타난 것이 화장한 골분을 지정된 장소에서 수목 아래 묻는 자연장 방식인 ‘수목장’이다. 가장 자연 친화적이라는 이 장묘방식은 독일, 영국 등 서구에서 선호하고 있으나 우리에게는 아직 낯설다. 인천시가 전국 최초로 합법적인 수목장림 조성에 착수했다 한다. 전국의 공원묘지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미 포화상태다. 전국 어디엘 가도 묘지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에 수목장 부지가 될 인천가족공원도 지난 2002년 이미 만장된 상태다. 묘지 난을 겪고 있는 지는 이미 오래다. 양택(陽宅)난에 이어 음택(陰宅)난이다. 누구보다도 좁은 국토사정을 잘 알고 있을 우리 조상들이다. 조상들도 유택(幽宅)난 해소를 위한 장묘방식으로 도입된 수목장을 반대하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
'원현린 칼럼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명의 무게 (0) | 2012.10.02 |
---|---|
하산(下山)길을 조심해야 한다 (1) | 2012.10.02 |
승복연설의 효시 (0) | 2012.10.02 |
내 얼굴이 곱지 않다 (0) | 2012.10.02 |
여보게 친구! 대통령 출마 안하나? (0) | 2012.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