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현린 칼럼

베이징의 아름다운 청년

원기자 2012. 10. 3. 15:49

베이징의 아름다운 청년
2008년 08월 20일 (수)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지금 이 시각 중국의 베이징에서는 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힘차게’라는 올림픽 표어만 떠올려도 불끈 힘이 솟는다.


올림픽이 주는 교훈은 많다. 먼저 그 정신이다. 우리는 올림픽의 이상을 ‘스포츠에 의한 인간의 완성과 운동 경기를 통한 국제평화의 증진’으로 알고 있다.


또한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쿠베르탱이 말해 올림픽 강령이 된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라는 등의 올림픽 정신이 그것이다.


이러한 올림픽이 회를 거듭 할수록 각국의 국력 과시장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퇴색되어 가는 숭고한 올림픽 정신이 아쉽다. 되찾아야하겠다.


베이징에서 대한민국 국민에게 감동의 첫 금메달을 안겨준 선수는 유도의 최민호 선수다. 며칠 지났지만 최 선수에게 결승전에서 패한 오스트리아의 루드비히 파이셔 선수의 매너는 여전히 화제다. 그는 올림픽 정신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었다. 경기에서 이기고도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는 최 선수에게 다가가 오히려 등을 도닥거리고 안아주며 노고를 위무하는 모습은 우리를 감동케 했다. 필자는 그에게서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보았다. 그도 승자이다. 우리 같았으면 어떠했을까. 패한 것이 억울해 땅을 치며 분루를 삼켰을 것이다. 금메달이 아니면 좀처럼 인정하지 않으려는 우리나라의 풍토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우리는 깨끗이 결과를 인정하고 승자의 손을 번쩍 치켜 들어주는 그에게서 ‘승복문화’를 배워야한다.


이를 두고 국내 네티즌들은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아는 그다’, ‘그는 아름다운 패자다’ 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적어도 이 날 만큼 울어서 아름다운 ‘한국 청년’ 최민호와 미소 지어 아름다운 ‘오스트리아 청년’ 파이셔가 있었기에 베이징올림픽이 더욱 빛난 날이었다.


이처럼 베이징에서 펼쳐지는 멋진 경기는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고 이 같은 아름다운 태도는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있다. 올림픽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금메달과 은메달, 동메달만 취하면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올림픽으로 인해 각종 운동 종목의 인기가 어느 때보다 높다고 한다. 유도, 수영, 양궁, 사격 등 메달 종목을 위시 전 종목이 상한가다. 자식에게 당장 운동을 시키겠다는 부모가 있는가하면 어린 나이에 운동을 시작한다고 보채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한다.


왜 운동을 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메달만 따면 ‘평생 팔자가 펼 수 있기에’라는 시민이 있고 ‘국위를 선양할 수 있기’에, ‘운동 스타가 되고 싶어서’ 등 다양하다. 나쁜 현상만은 아닌 듯하다.


출세하여 유명인이 되는 것도 좋고 돈방석위에 앉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올림픽 정신이다. 정신만 잃지 않는다면 베이징올림픽에서 놓친 메달은 4년 후, 8년 후에 얼마든지 딸 수 있다. 메달을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고 정신을 잃는 것은 전부를 잃는 것이다.


요즘 올림픽 경기 보는 낙으로 산다는 시민이 많다. 이제 베이징올림픽도 숱한 화제를 뿌리며 종반에 들어섰다. 국민들도 출전 선수들에게 마치 메달을 맡겨 놓은 듯 찾아오라고 주문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잖아도 잔뜩 긴장하고 부담을 느끼고 있는 선수들이다.


메달을 딴 선수나 메달 권 밖의 성적을 거둔 선수나 모두가 선전했고 또 선전하고 있는 지금 이 시각이다. 선수로서 최선을 다하면 그 뿐이다. 마음속으로 응원을 하며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최종 성적을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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