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현린 칼럼

국회는 필요악인가

원기자 2012. 10. 3. 16:21

국회는 필요악인가
2009년 03월 04일 (수)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꽃피기를 바라는 것은 마치 쓰레기통 속에서 장미꽃이 피어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누구나 한번쯤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때 들어본 말일 게다. 이 말은 반세기 전 어느 외국인이 한 말이다. 우리 국민을 모독하는 표현이다. 하지만 냉정을 되찾고 생각해보면 딴은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입법기관인 국회가 무법천지가 됐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는 무감각하다. 여의도에서 전개되는 전투상황을 언론이 시시각각 스케치해서 중계하고 있으나 이제 시민들은 그다지 놀라지도 않는다. 애초에 기대가 없으니 실망도 없다.


국회에 환멸을 느낀다는 시민이 한 둘이 아니다. 국회의원 수를 반으로 줄이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국회 무용론까지 나온 지는 이미 오래다. 국회의원 선거를 괜히 했다고들 한다. 유독 의원들만 이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기까지 하다.


국회 운영을 지켜본 국민들은 할 말을 잊은 지 오래다. ‘난장판 국회’, ‘막장 국회’, ‘폭력 국회’소리를 듣는 국회가 우리나라 국회다. 의사당 내에서 금배지를 단 국회의원이 폭행을 당하는 국회가 우리나라 국회다. 치고 박고 연일 육박전이 벌어지는 곳이 우리나라 국회다. 입에 담지 못할 막말과 상소리가 오가는 곳이 우리나라 국회다.


국회 내에서 농성은 이제 정례행사가 되다시피 됐다.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집권 여당의원들도 툭하면 농성을 한다. 이러니 한국을 가리켜 ‘민주주의 공화국이 아니고 시위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세계 민주주의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어쩌다 쟁점 법안을 놓고 여야가 합의를 보았다 해도 언제 또 다시 무효로 돌리고 싸움을 벌일지 모르는 우리 국회다. 대한민국 여의도의 화산은 잠시 활동을 멈추고 있으나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이다.


지금은 국회가 입법부로 불리지 않고 ‘통법부’라 불리고 국회의원이 ‘거수기’ 소리를 들어야 했던 과거 상황과는 다르다. 국회가 여전히 제 기능을 못한다면 이는 의원들의 능력과 자질의 문제이다.


국회는 입법기관이다. 이러한 국회가 연일 싸움만 일삼고 있으니 국민에게 외면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무법천지에서 어떻게 좋은 법률이 나올 수 있을까. 심히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국회의사당이 여의도에 있는 한 한강물은 결코 맑아지지 않는다’라는 국회를 비하하는 속어가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요즈음이다. 부끄럽지만 이 말은 갈수록 정설이 되고 있다.


각국의 민주주의 발달사를 보아도 우리 같은 나라는 없을 게다. 국회의사당 지붕을 금으로 도색하자 하고 세비를 만장일치로 올리는가 하면, 나라가 어려울 때 국회의원들이 집단 골프 외유를 떠나 언론에 질타를 받곤 하는 나라다.


시민들 간에는 ‘세비를 반납하라’, ‘차라리 의회가 없는 편이 낫다’라는 얘기가 나오고 심지어 ‘국회를 자진해산하라’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이 우리 국회의 현주소다. 오죽 국회에 대해 실망했으면 이런 말이 나올까.


우리 헌법은 제40조에서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제46조에서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라고 명문화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벼슬이 아니다. 국민을 대표해서 입법 활동을 하고 집행부를 견제하라고 의회에 보낸 일꾼이다. 헌법에 명시된대로 우리 국회의원들이 언제 어떻게 국민을 위한 입법 활동을 했으며, 언제 어떻게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과연 민주주의를 할 자격이 있는 국민인가. 우리에게 국회는 차라리 없는 편이 바람직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존재해야 하는 필요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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