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현린 칼럼

동량지재(棟梁之材)는 키우고 있는가

원기자 2012. 10. 3. 16:19

동량지재(棟梁之材)는 키우고 있는가
2009년 02월 18일 (수)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졸업시즌이다. 초·중·고의 졸업식은 지난주에 대부분 끝났다. 이제는 대학 졸업식이 한창이다. 다음 주부터는 입학식이 시작된다.


하버드 대학을 막 졸업한 두 젊은이가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들은 하버드 졸업장만 있으면 원하는 직장을 구하기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졸업식이 끝나자 이 두 젊은이는 함께 택시를 타고 가면서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설계를 하며 들떠 있었다. 잘 나가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해가며. 이때까지 이들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택시기사가 “젊은이들! 하버드 졸업생들인가?”하고 물었다.


그 둘은 “네, 오늘 막 졸업했어요”라며 다소 흥분된 어조로 대답했다. 택시기사는 “반갑군, 나도 하버드를 10년 전에 졸업했다네.”


입춘이 지나고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도 어제 지났다. 하지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봄이 왔으되 진정 봄이 아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대학을 졸업해도 직장을 잡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거리에 넘쳐난다. 아무리 정부가 고용창출을 위한 갖가지 정책을 내놓아도 백약이 무효하다.


전문대를 제외하고 보통 대학이 4년제이건만 5년 내지는 6년 만에 졸업을 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취업이 될 때까지 졸업을 미룬다는 것이다. 졸업하고 나서 ‘백수’ 소리를 듣기가 싫다는 것이 그 이유라 한다. 젊은이들은 결혼까지 미루고 있다. 직장이 없으니 자립 능력이 없어서다.


삶이 어려워 이민을 가겠다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기회가 주어지고 여건이 허락되면 하루라도 빨리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단다. 이민 설명회장은 연일 만원을 이룬다.


각 대학 총장들은 하나같이 “사회에 나아가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재가 돼 달라”는 내용이 담긴 졸업식사를 한다.


외국의 경우 대학총장의 졸업식사에서 철학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취직이 안 됐다는 이유로 일부 학생들은 졸업식장에 참석조차 하지 않는다.


대학에서 오랫동안 갈고 닦은 학문을 이제는 사회에 적용하는 것이다. 아무리 대학을 졸업했어도 사회로 보면 새내기 들이다. 졸업은 이래서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대학은 최고 학부다. 대학을 졸업하면 나라의 간성(干城)이 되어야 하고 국가의 동량지재(棟梁之材)로 쓰여야 한다.


지난 3일, 화마를 입은 숭례문 복원에 쓰일 목재 금강송이 강원도 삼척시 준경묘 일대에서 벌목돼 운반되어 오는 광경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숭례문 복원용 삼척 준경묘 금강송 수송’이라고 차량에 쓰여 있기 때문에 누가 보아도 남대문 복원용 목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잘 자라 곧게 뻗은 나무였다. 어느 곳에 쓰이더라도 중히 쓰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필자가 가서 만져보진 못했어도 언뜻 보기에 그랬다. 수령 100년이 넘었다 한다. 한 나라의 국보1호로 쓰이려고 이 10그루의 소나무는 깊은 산중에서 그토록 오랜 세월을 기다려 온 것이다.


이 목재는 도편수의 손에 의해 한 번 더 다듬어져 온 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것이다.


금강송은 토양의 수분조건이 좋고 비옥한 곳에서 잘 자란다. 일반 소나무와는 달리 줄기가 곧고 마디가 길다. 결이 곱고 단단하며 켠 뒤에도 굽거나 트지 않고 잘 썩지도 않는다고 한다. 가히 대들보와 기둥으로 쓰기에 손색이 없는 나무다.


교육은 백년대계를 세워야 한다. 교육제도와 정책이 빈번이 바뀌곤 한다. 그러니 배우는 학생들도 자연 단편적이고 근시안적으로 자랄 수밖에 없다. 학원풍토가 말이 아니다. 공부하는 풍토가 아니다. 대학교수들은 논문 표절 시비에 휘말리고 총장은 학교 경영과 관련하여 퇴진 압박을 받곤 하는 나라다. 진리와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이 조용할 날이 없다. 우리는 과연 이러한 교육풍토 아래에서 반듯한 금강송 몇 그루나 길러낼 수 있을까.

'원현린 칼럼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회는 필요악인가   (0) 2012.10.03
위대한 유산   (0) 2012.10.03
잊혀진 공직윤리   (0) 2012.10.03
새내기 변호사들에게   (1) 2012.10.03
탄탄대로(坦坦大路)   (0) 2012.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