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대로(坦坦大路)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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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동안 많은 시민들이 고향을 찾았다. 가는 길이 한파 속에 폭설이 내려 귀성길이 고생길이었을 게다. 고향 가는 길이 말 그대로 설로혈로(雪路血路)였다. 음력으로 정초다. 경제 전문가들조차도 올 경제 성장률을 높게 책정하는 것을 꺼린다. 공단의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고 건설회사가 퇴출되니 그도 그럴 것이다. 망치소리가 들려야 할 산업현장은 조용하기만 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희망도 없을 것이라는 한 시민의 비관론에 고개가 끄떡여진다. 경제가 그렇고 남북관계가 그렇다. 모든 상황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새해에는 정치권부터 달라져야 한다. 시간이 흐르고 해가 바뀌면 나아져야지 언제나 그 턱이면 안 된다. 그것은 제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고 퇴보다. 무대 위의 배우도 관객을 의식한다. 관객이 없으면 배우도 없다. 관객이 싫어하면 배우로서의 생명은 끝난다. 하지만 유독 정치인만은 유권자가 싫어하거나 말거나이다. 제멋대로다. 선거 당시에만 한두 번 얼굴을 내밀면 그만이다. 누구에 의해서 선출됐는지도 까맣게 잊는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조항은 투표 당일에만 의미를 지닌다. 투표가 끝나고 나면 또 다시 명목상의 조문으로 남게 된다. 일찍이 프랑스의 계몽주의 사회사상가 루소는 “시민들은 오직 의원을 뽑는 동안에만 자유롭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그들은 다시 노예 상태로 되돌아간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이렇듯 속고 또 속는 것이 유권자이다. 지난 설 명절에 지역구를 찾은 국회의원들이 여야 가릴 것 없이 유권자들로부터 냉랭한 대우를 받았다 한다. 다음부터는 투표도 하지 않겠다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는 한 의원의 전언이다. 당연히 받을 대접을 받은 것이다. 설 민심은 선거철이 아닌데도 정치인에게 차갑고 냉정했다. 민심이 이런데도 또다시 아무런 의미 없는 소모전이나 일삼는다면 국회도 ‘국민소환제’의 입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것이다. 연일 들려오는 소식은 정쟁(政爭)의 소음뿐이다. 싸움으로 시작해 싸움으로 끝나는 우리 국회다. 국민들은 정치싸움에 진저리가 난다. 싸움은 그만하고 경제부터 살리라는 소리를 유독 정치인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우리에게는 정치인, 경제인, 시민 할 것 없이 모두에게 ‘경제를 살려라’라는 지상명령이 내려져 있는 지금이다. 여기에는 여(與)도 없고 야(野)도 따로 있을 수 없다. 우리가 두려워하고 걱정하는 것이 있다면 시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이다. ‘나는 모른다’하는 이른바 ‘Don't Know 그룹’이 증가한다면 곤란하다. 그렇게 되면 권력자들은 속성상 권력을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게 된다. 권력의 전횡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지나간 우리의 정치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금년도 부지불식간에 벌써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올해도 또 다시 미완의 작품으로 끝날 게 뻔하다. 지나간 잘못을 되풀이 할 것은 십상팔구다. 과연 우리는 연초에 세운 목표달성을 위해 각자가 맡은 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섣달 그믐에는 눈도 많이 내렸다. 눈이 오면 풍년을 예고한다고 한다. 춥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 어느 해보다 대풍이 들 것이라 생각하면 스스로 위안도 된다. 올해 희망의 사자성어로 지난해의 광풍제월(光風霽月)도 좋고 이미 선정한 화이부동(和而不同)도 좋다. 하지만 시민들은 머리가 아프고 복잡하다. 그 어느 난해한 문구보다 기축(己丑)년 새해에는 탄탄대로(坦坦大路)나 만사형통(萬事亨通)도 단순하지만 괜찮을 성 싶다. 그 춥다는 소한, 대한 추위도 지났다. 다음 주에는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立春)이 들어 있다. 초중고 학생들의 졸업식도 다음 달에 몰려 있다. 대학 졸업식도 다음 달에 치러진다. 모든 것이 끝나고 새로 시작이다. 새로운 시간 위에는 새로운 마음을 담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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