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모독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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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피히테는 ‘독일 국민에게 고함’이라는 우국충정이 넘치는 강연으로 국민적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미국의 링컨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이 지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2분 가량의 짤막한 ‘게티스버어그 연설’에서 국민에게 영적 감동을 주었다. 두 사람 모두 진정한 ‘국민’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사용한 용어이다.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툭하면 ‘국민을 위하여!’라고들 한다. 지금 시기는 연초이다. 각종 언론에서도 각 정당의 대표를 인터뷰하고 신년사를 싣고 있다. 하나같이 모두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싸움박질 만하고 있다. 어쩔 수 없다고 치자. 방법이 그게 무언가. 치졸하기 이를 데 없다. 싸움을 해도 국민의 대표기관답게 하여야 한다. 국회를 견학하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겠는가. 이전투구 현장의 모습을 촬영이라도 해놨다가 보여주어야 하지 않는가. 이것이 우리 국회의 참모습이라고. 지난 총선에서 유권자는 육박전에 능한 싸움꾼을 뽑진 않았다. 환멸을 느낀 국민들 간에 국회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가 제 할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책임은 전적으로 국회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여야 할 것 없이 모두가 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니 국민은 기대가 크다. 희망적이 아닐 수 없다. 당리당략도 없이 국민을 위한다고 한다. 이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 문제이다. 지금까지 국민을 위하지 않는다는 정치인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과거 유신정권시절 ‘국민’을 위한다며 헌법을 개정이 아니라 새로이 제정하다시피 했다. 당시 한 헌법학자는 “유신헌법은 우리 ‘국민’의 운명을 건 미래에의 유토피아, 미래에의 결의를 표상한 ‘미래에의 의지’를 의미한다”고까지 표현했다. 그 후 유신정권이 종언을 고하자 새로이 개정된 5공화국 헌법에서는 장기집권 배제와 평화적 정권교체를 위하여 대통령의 임기를 7년 단임으로 한다 했다. 여기서도 역시 ‘국민적 합의’에 의해서라고 했다. 그 후 현행 헌법에서도 ‘모든 국민’의 복리증진을 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듯 도처에 ‘국민’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흔히들 정초가 되면 정치인들은 호국선열들이 잠들어 있는 국립현충원을 찾곤 한다. 모두들 ‘나라를 굽어 살피소서’하고들 묵념을 한다. 나라를 위해 싸우고 일하다 돌아가신 호국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아무나 찾아 국가를, 국민을 운운하여서는 안 되겠다. 참배 자격 제한이라도 두어야 할 것 같다. 신성한 묘역에서 거짓 위국충정을 맹세하여서는 안 된다. 현충원은 성역이다. 아무나 참배하는 곳이 아니다. 위정자들이 진심으로 국민을 위하는 모습을 보이고 실천하는데도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일 리가 없다. 사이비 정치인들이 판을 치고 있음이다. 헌법상 ‘국민’의 의미는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다. 헌법 제1조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엄연히 아로새겨져 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한 사람만이 정치를 하고 나라를 다스리라고 했다. 국민은 결코 졸이 아니다. 국민의 무게는 그렇게 가볍지가 않다. 예전 왕조시대에도 백성은 하늘이라 했다. 이를 부정한 군주는 왕좌를 내놓아야했다. 그 어떠한 권력자들도 국민을 가벼이 본 자는 권세가 오래 가지 못했다. 이는 만고의 진리이다. ‘국민’을 함부로 아무데서나 들먹여서는 안 된다. 현행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는 ‘기타 모욕적인 언행으로 국회의 권위를 훼손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명문화하여 ‘국회모욕죄’를 두고 있다. 우리의 법률에 아직까지 ‘국민모독죄’가 없음은 명백한 입법의 미비이다. 제18대 국회는 국회운영이 정상화하는 대로 ‘국민모독죄’를 신설할 것을 주문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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