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현린 칼럼

무겁고 또한 멀지 아니한가!

원기자 2012. 10. 2. 10:25

무겁고 또한 멀지 아니한가!
2006년 11월 29일 (수)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군기가 서려있는 군대는 깃발마저 정연히 나부낀다. 지금 우리나라의 국기는 한 방향으로 나부끼고 있는가. 밖을 한번 내다보자.

아니다. 이리저리 어지러이 날리고 있다. 나라기강이 무너진 것이다.

엊그제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를 다 마치지 않은 첫 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것도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다. 온 나라가 술렁이고 있다.

국정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대통령의 자리가 어디 힘들다고 그만두고, 내려오고 싶다고 마음대로 내려오는 자리인가.

대통령의 이 같은 충격적인 발언을 전해들은 국민들은 불안감을 넘어 허탈감에 빠졌다.

증자의 말이 떠오른다. 사불가이불홍의(士不可以不弘毅) 임중이도원(任重而道遠). 인이위기임(仁以爲己任) 불역중호(不亦重乎). 사이후이(死而後已) 불역원호(不亦遠乎). -“도(道)에 뜻을 둔 선비는 너그럽고 뜻이 굳세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임무가 무겁고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인(仁)을 자기의 임무로 맡았으니 또한 무겁지 아니한가! 죽은 뒤에야 그만 둘 일이니 또한 멀지 아니한가!”

선비도 인을 자기의 임무로 삼았기 때문에 짐이 무겁고 갈 길이 멀어도 도중에 그만 둘 수 없다 하였다.

죽은 다음에야 그만 둔다 했다. 하물며 한 나라의 지도자인 대통령이 툭하면 그만둔다는 말을 하고 있으니 이 나라는 어찌 된 나라인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자리는 앉을 사람이 앉아야한다.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으니 그 조직이 제대로 굴러갈리 없다.

연일 터지는 신분 높은 이들의 부정비리 소식은 이제는 더 이상 충격적인 뉴스가 아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당초에 자격 없는 이들을 앉혀 놓았으니 결과는 뻔하지 않은가.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기대할 것을 기대해야지 탱자나무를 심어 놓고 감귤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제부터라도 무자격자들을 가려내고 걸러 내야한다. 그래야 나라꼴이 될 것 같다.

청와대 비서관과 검찰 간부의 깨끗하지 못한 곳과의 관련설 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연일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이들이야말로 개혁을 강조하던 이들이다. 누가 누구를, 무엇을 개혁한다는 것이었는지 묻고 싶다.

검찰의 수장(首長)이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할 것을 지시했다. 지켜보겠지만 봐 주기식이거나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를 할 것 같으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라.

지금까지의 예로 보면 면죄부만 주는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질 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이 나라가 사이비(似而非)국가인가. 심지어 고위공무원과 대학교수들에게서까지 가짜 외국 박사학위가 왕왕 드러나기도 한다.

짝퉁은 물건에만 있는 줄 알았다. 그 맡겨진 바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에게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면허증과 자격증이다.

뭘 모르고 날뛰며 기고만장하는 꼴은 이제는 못 봐 주겠다. 이들에게 더 이상 나라를 맡길 순 없다.

두꺼운 법서나 법원 청사 등에서 흔히 보이는 정의의 여신 디케는 눈을 감고 있거나 안대로 가려져 있다.

주관을 배제하고 오로지 법과 정의만을 심판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뜻에서이다.

우리나라로 건너온 이 디케는 눈이 제대로 가려져 있지 않았거나 실눈이라도 뜨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법원과 검찰의 싸움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검찰은 영장이 기각됐다고 준항고다 재항고다 해가며 끝까지 가자하고, 법원은 법원대로 누차 청구되는 영장을 귀찮다 아니하고 그 때마다 기각하고 있다.

이처럼 법조의 양축이 대립각을 세우고 소모전만 계속하고 있다.

잘못된 곳을 바로잡아 정의를 세운다는 법조계까지도 이 모양이니 우리 사회 어느 곳인들 성하겠는가.

썩은 나무로는 도장을 새길 수 없고 삭은 흙으로는 담장을 쌓을 수가 없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알 수가 없다. 총체적 부실이라는 진단밖에 안 나온다.

거듭 강조하지만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이들의 자격 검증부터 해야 한다.

한 마리의 소를 잡는 데에도 포정(소 잡는 기술이 도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옛 중국의 백정.

칼날이 소의 뼈에 닿지 않을 정도로 칼 다루는 솜씨가 뛰어나 19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칼을 숫돌에 갈지 않았다한다.)의 기술을 요한다.

칼은 의사가 잡으면 사람을 살린다. 그러나 무면허 의사가 잡으면 사람을 잡는다. 칼은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잡아야 한다.

하루도 정쟁(政爭) 없이 해가 뜨고 지는 날이 없는 우리나라다. 본격 대선 레이스도 시작됐다.

미국의 한 신문은 “한국의 노대통령이 절뚝거리며 임기 말을 향해가고 있다.” 고 혹평했다.

레임덕 기간은 가능한 짧아야한다. 왜냐하면 국정의 공백에서 오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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