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현린 칼럼

의회청사 유감

원기자 2012. 10. 2. 10:28

의회 청사 유감
2006년 12월 27일 (수)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유럽에 가면 지방의회 의원들이 자전거를 타고 마을 곳곳을 살피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지역주민의 아픈 곳과 현안을 찾아 챙기기 위함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지방자치의 현주소가 아닌가한다.

우리의 경우 지방자치가 시행 된지 15년이 흘렀다. 이정도 연륜이면 유년기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나이이다.

청장년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인천시 의회가 청사 문제로 시끄럽더니 급기야는 증축을 강행키로 결정하고 추진 중에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의회는 만장일치이고 집행부는 말이 없다.

시민의 다수 의사가 곧 정의이다. 대다수 시민들이 ‘아니다 ’ ‘그른 것이다.’ 라고 반대하는데 이를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정의의 뜻에 반하는 것이다.

시민의 혈세는 말 그대로 시민의 피와 땀이다. 청사는 그냥 지어지는 것이 아니다. 시민의 세금으로 지어진다.

시민들은 세금이 아까워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예산 투입에도 투자 우선순위가 있는 것이다.

우선 떠오르는 문제로 심각한 교통난을 들 수 있다. 누차 지적되고 있는 구월, 간석, 주안 지역의 아파트 재개발에 따른 예상되는 교통 혼잡이야말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난제 중 난제이다. 환경 또한 마찬가지이다.

바다와 연해 있는 인천은 청정해역을 유지해야하나 실상은 그렇질 못하다. 청소 예산이 없어 바다 쓰레기를 그대로 해저에 가라앉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사회복지시설들 중 몇몇 곳은 예산 부족으로 김장조차 넉넉히 담그지 못했다한다. 예산투입의 시급을 요하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인천지역 시의원들은 할일이 많다. 지금 인천은 송도, 영종, 청라지구 등 경제자유구역 개발이 한창이다.

모두가 새로 개발되는 신도시다. 이곳이 국제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제대로 개발이 진행되는지 아니면 난개발인지 철저히 살피고 감시해야 할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천시내 도심 곳곳은 재개발이 진행 중이다. 재개발 현수막이 안 붙어 있는 곳이 없을 정도다.

이곳에도 예산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아니면 시민의 혈세가 낭비 되고 있지나 않은지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없으면 집행부는 속성상 독주하기 마련이다. 의회는 이점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같은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이루어 질 때 모든 이익이 시민에게 골고루 돌아가게 된다.

미국의 의회도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리는 날엔 자리가 좁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방청객들을 위해 심지어 보조의자까지 동원된다.

미국과 같은 경제대국이 예산이 없어 비좁음을 감수하며 협소한 의사당을 그대로 쓰겠는가.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새집 짓기가 그리도 급한가. 매사 생각하기에 따라 다른 것이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지역 현안을 풀고 해결하는 데는 넓은 곳보다는 좁은 곳이 보다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굳이 청사를 넓히려는 까닭이 의원 정수가 늘어 난데다가 올해부터 지방의원 유급화로 출결상황을 점검하는 바람에 상근하는 의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 한다.

몇이나 늘었고 몇 명이나 더 출근한다고 그렇게 서두르는가. 합당한 이유가 못된다.

청사 증축을 요구하는 곳은 시의회뿐만이 아니다. 인천시교육위원회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조만간 기초자치단체들도 집행부와 의회 모두 청사 증축을 추진할 것은 불을 보듯 번하다.

시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은 청사에서 의원들은 과연 시민을 위해 무슨 일을 얼마나 할 것인가.

오래전 한 색목인은 오늘의 한국의 실상을 정확히 예견했다.

한때 부끄럽지만 들어야했던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꽃피기를 바라는 것은 마치 쓰레기통 속에서 장미꽃이 피어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믿기 싫지만 믿어야하는 말이 됐다.

한국개발연구원이 그제 발표한 국회, 정당, 정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신뢰도가 10점 만점에 3점대로 ‘처음만난사람’ 4점대 보다 낮다는 것이 이를 정확히 증명하고 있다.

청사가 그리 넓지 않음을 시민들도 안다. 우선은 좁은 대로 사용하면서 무엇이 시민을 위한 것인지 연구하고 토론하기를 바란다. 현 인천시 청사도 20여 년 전 새집을 짓고 이사하자마자 공간이 좁다는 말이 나왔었다.

인천은 신도시 개발로 인구가 급증하는 지역이다. 증축해야할 시기가 올 것이다. 그 때가되면 시민들은 넓디넓은 의회 청사를 지어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아닌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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