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배려하는 마음 | ||||
| ||||
오늘은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다. 수험생을 둔 가족들은 간밤에 잠도 편히 못 잤을 것이다. 따뜻한 아침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시험에 임하는 수험생 모두에게 격려와 박수를 보낸다.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맘껏 발휘하기 바란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의 시간마저 조절케 하는 것이 1년에 한번 있는 대입수능시험이다. 국내 행사로 치면 가장 큰 행사라 할 수 있다. 어느 행사가 있어 비행기의 시간조차 늦추고 당기고 할 수 있나. 땅에서 하늘에서 바다에서도 이날만큼은 모두가 숨을 죽인다. 직장인들의 출근시간과 증시 개장 시간도 늦췄다. 달리는 열차도 기적소리를 내선 안 된다. 심지어 똑! 똑! 똑! 소리를 낼 수 있는 여교사들의 하이힐 소리도 안 된다. 이 또한 소음이다. 지난 9일 교육인적자원부는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에 시험감독 요령을 전달하면서 여성 시험 감독교사들에게 하이힐을 신지 말 것을 권고하며 협조를 요청했다. 여성교사들의 짙은 화장품 냄새도 수험생들이 시험에 집중하는데 장애가 된다하여 화장도 수수하게 해달라고 함께 주문했다. 전국 980개 학교 2만4천110교실에서 치러지는 오늘 수능 시험장에 동원되는 5만여 명 감독관 가운데 여성교사가 절반이 넘는다고 한다. 어찌 국가적 행사가 아니겠는가. 수능이 아니라면 어느것 하나 가당치도 않은 일들이다. 수험생에 대한 배려다. 우리나라 어머니들의 지극정성은 대단하다. 사찰에서, 교회에서, 성당에서 두 손 모아 자녀들의 고득점을 염원하는 모습은 성스럽기까지 하다. 요즘에는 보기 드물지만 예전에 어머니들이 새벽 정한 수 떠다 놓고 빌고 빌던 모습 그대로다. 그렇다고 모든 수험생이 다 원하는 학교에 진학할 수는 없다. 긴장 속에서 그토록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을 오랫동안 무겁게 짓눌러왔던 공부여정을 일단은 끝냈다. 시험을 마치고 돌아오는 우리 수험생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그리고 덧붙여 대학입시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말도 잊지 말자. 사회는 이제 고교를 졸업하는 젊은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곳이 대학이 됐든, 아니면 직장이 됐든 간에 또다시 새로운 출발이라는 것을 알아야한다. 우리나라 입시제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뀐다. 대선후보들마다 하나같이 교육제도, 특히 대학입시 개선책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새 대통령이 당선되면 또 어떤 대입시제도가 나올지 모른다. 모 후보는 대학시험을 아예 없앤다고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후보들 모두 대학입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나름대로의 대안을 3대 공약에 넣을 정도이니 국가적 현안인 것만은 사실이다. 말 그대로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다. 나라가 흥하고 망하고, 성하고 쇠하는 것은 그 나라의 교육에 달려 있다. 입시제도도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해야 하겠지만 너무 자주 바뀌어도 안 된다. 잘못된 곳이 있으면 뜯어 고치고 하여 과감히 개선, 새로운 교육정책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오늘 어른들이 할일은 우선 시험을 마치고 돌아오는 수험생들에 대해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 일이다. 일단은 푹 쉬게 내버려두는 것도 좋을 성싶다. 긴장이 풀린 탓에 거리를 헤매거나 유흥이 다소 지나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무라지만 말고 이들 청소년을 선도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찾을 건전 문화공간도 만들어주어야 한다. 프로그램개발 등을 통해 책에서 해방된 마음을 발전적인 곳에 쏟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기성세대의 몫이다. 이제 지리하던 수능시험도 오늘로 끝난다. 물으나 마나 수험생들은 잠 한번 푹 자보는 것이 소원이었을 게다. 수능이 끝난다 하여 대학시험일정이 모두 다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밤새워 공부할 때 책상위에 써 붙여 놓았던 문구대로 이제는 盡人事待天命(진인사대천명)이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결과를 차분히 기다리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왜냐하면 내일은 새로운 시간이고, 새로운 시간 위에는 새로운 마음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
'원현린 칼럼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 한점의 진품 (0) | 2012.10.02 |
---|---|
어쩔 수 없는 선택 (0) | 2012.10.02 |
그것은 오랑캐 문화다 (0) | 2012.10.02 |
교수(絞首)할 권한 (0) | 2012.10.02 |
생명의 무게 (0) | 2012.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