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현린 칼럼

어쩔 수 없는 선택

원기자 2012. 10. 2. 11:30

어쩔 수 없는 선택
2007년 11월 28일 (수)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무릇 만물에는 제자리가 있다. 각자의 자리가 있고 용처(用處)가 있다. 각자가 자기 위치에 설 때, 그래서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할 때 그 모습은 아름다운 것이다. 이러한 양태가 진정한 정의(正義)라고 말하기도 한다.


제자리가 아닌 곳을 차지하거나 그러려고 한다면 치열한 자리다툼이 생기기 마련이다. 여기에는 빼앗고 빼앗기는 정글의 법칙만이 존재 한다. 그것이 인간사회일 경우 사회 혼란을 가져오게 된다.


작금의 대통령선거후보군을 보고 있노라면 한심한 생각이 든다. 모두가 다 ‘나 아니면 안 된다’이다. 자리는 하나인데 여러 명이 달려든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자리는 하나다. 대통령선거 후보등록 마감 결과 무려 12명이 등록을 했다. 말 그대로 후보 난립이다. 이를 지켜본 한 시민은 말했다. “어쩌면 그렇게도 하나같이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될 사람들만 등록을 했냐”고.


정책과 비전 제시는 실종된 지 이미 오래다. 유권자는 무얼 보고 판단하여 투표를 하겠는가. 내세운 공약마다 미문(美文)을 구사하여 겉만 번드레하거나 추상적인 문구다. 국민을 현혹하기에 족하다. 고현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도 이를 우려하면서 유권자의 바른 선택을 당부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12월 19일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날’이라는 제하의 담화에서 “대통령이 될 후보자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이나 헐뜯기, 흑색선전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지역감정을 부추기거나 국민을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넣는 그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후보자를 선택하는 기준도 달라져야한다”면서 “지연이나 혈연, 학연 등의 연고를 따지지 말고 정책과 정견, 후보자의 능력, 실현 가능성 여부 등을 조목조목 따져봐 달라”고 강조했다.


선거전이 오죽했으면 새 대통령을 뽑는 국가적 경사를 앞두고 발표한 선관위원장 담화 문구에 ‘단호히 맞서야한다’는 등의 전쟁(戰爭)에 임하는 듯한 문구를 사용했겠는가.


여전히 국민을 농락하고 있는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이를 목도하고 살아야 하는 국민은 고달프다. ‘국민 노망’ 소리까지 들어가며. 우리 헌법 1조에 ‘대한민국의 주권(主權)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명문화되어 있다. 헌법제정 권력은 국민에게 있다. 따라서 국민을 우롱하는 자는 치자(治者)가 될 수 없다. 자기가 올라가지 않아야 하는 나무는 오르면 안 된다. 굳이 사다리까지 놓고 오르려 하다가는 낙상하기 십상이다. 제자리가 아닌 곳을 차지하려니 어려움도 많을 것이다. 보기에도 딱하다. 그러기 위해선 온갖 수단방법이 동원될 수밖에 없다. 자연 상대방에 대한 비방만 난무하게 된다.


우리는 언제까지 자기자리가 아닌 곳을 차지하려는 이들을 위하여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여야 하는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아닌 듯싶은 인사들은 사퇴하였으면 한다. 투표용지에 두자릿수가 올라 있다. 유권자들은 헷갈린다. 모두가 아니라는 국민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국민은 무정부(無政府)를 택할 수 없으니 누군가 한명은 선택할 수밖에 없으리라. 혹여 당선되더라도 좋아서, 지지해서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택하는 것임을 며칠 후 당선자는 알아야 한다.


자리는 제자리에 앉아야 위태롭지 않고, 옷도 자기 몸에 맞는 옷을 입어야 편한 것이다. 빼앗은 자리는 빼앗기게 마련이다. 제자리가 아닌 곳에 앉아 있으면 어울리지도 않는다. 아버지는 아버지의 자리를, 어머니는 어머니의 자리를 지킬 때 그 가정은 원만한 가정이 되고 자녀들 또한 모나지 않고 올바로 자랄 수 있다. 사회, 국가도 마찬가지다. 시민각자가 맡은 바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때 정의는 구현되는 것이다.


어떻든 간에 잘 뽑아야 한다. 제대로 보고 찍자. 5년,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지을 대선이다. 다시는 후회를 뒤에 남기는 일이 없도록 하자. 흔히들 잘못 선택하고 나서 하는 후회하는 말이 있다. ‘내 눈에 콩 까풀이 씌었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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