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현린 칼럼

새로운 시간위에 새로운 역사를

원기자 2012. 10. 2. 11:38

새로운 시간위에 새로운 역사를./2007/12/27/

나무 끝에 매달려 있는 마지막 잎새 처럼 사무실마다 걸려 있는 한 장의 달력이 올 한해가 다 가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12월은 저마다 마음속에서는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는데…’하며 아쉬워하는 달이기도 하다. 특별히 해놓은 일도 없이 한해를 보내려니 회한도 많을 것이다.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은 어쩔 수 없이 내년으로 넘겨야 할 게다.

연하장이 오가고 송년회가 한창이다. 오래 묵은 것을 보내고 새것을 맞이한다. 말 그대로 송구영신(送舊迎新)이다. 연말이 되면 단골로 등장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말이다. 정말로 올 한해는 일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해이다. 특히나 대선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BBK특검’이라든지 삼성특검, 태안의 기름 유출사건 등등 이루 열거할 수가 없을 정도다.

10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루어져 새 정부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모든 것을 바꾸려 하고 있다. 아닌 것은 바꾸어야 한다. 아닌듯 싶은 것까지도 모조리 바꾸어야 한다. 썩은 나무에는 조각을 할 수가 없고, 썩어 문드러진 담장은 흙손질 할 수 없다 했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버릴 것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고름은 결코 피가 되지 않는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것을 요청한다. 지금 이 시각 대통령 당선자는 새판을 짜고 있을 줄 안다. 인사가 만사라 했다. 새로운 정부를 꾸릴 정권인수위원장도 임명되었다. 이미 교육부를 해체한다거나 하는 혁신적인 새로운 정책들이 서서히 발표되고 있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를 기대해본다.

믿기에 뽑아줬다. 그러기에 앞으로의 ‘이명박 정부’를 믿는다. 현 정부의 실정을 누구보다도 보아오지 않았는가. 정실에 얽매이지 말고 능력위주로 공평하게 인사를 단행하길 바란다. 잘못을 되풀이 하지는 말아야 하겠다. 우리에겐 전철을 밟을 시간이 없다.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라 했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때로는 배를 뒤집기도 한다. 노무현 정부는 짧은 이 말 뜻조차 몰랐다. 12.19 대선에서 ‘참여정부’는 그렇게 심판 받았다. 우리는 지난 대선을 통해 현 정부에 대해 이반된 민심을 보았다.

어쩌다가 우리 사회가 거짓투성이가 난무하는 사회가 되었는가. 사실을 사실이라 하여도 믿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 시비, 곡직, 선악을 가린다는 외뿔달린 사슴은 사라진지 오래다.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긋남이 없이 몸가짐을 바로 하고 언행을 삼간다고 했다. 이 말뜻을 지닌 신독(愼獨)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가치라고 할 수 있다. 무가치한 것들은 버리고 가치 있는 것만을 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기를 기만하지 않아야 하겠다. 스스로 먼저 정직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시 남을 속이게 된다. 교수신문은 해마다 뽑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인다’라는 의미인 ‘자기기인(自欺欺人)’을 선정했다. 학력위조, 논문표절 등 온갖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 찬 현 세태를 적절히 풍자한 말이다. 오죽이나 속고 속이는 한해였으면 그 많고 많은 좋은 문구 가운데 하필이면 모두가 듣고 씁쓰레 하는 이 같은 성어를 골랐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이 한 마디가 새해에는 사문화(死文化)된 문구가 되어 정직한, 속이지 않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학생들에게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없다’라는 대답이 많다고 한다. 나라에 본받을 상이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역사가 일천한 것도 아니고 누 천 년이나 되는 나라다. 철학이 없이 이리 저리 헤매는 우리들의 군상이 초라하게 보인다.

내년 2월25일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는 최우선 과제로 국가 철학을 확립하고 나라의 비전을 제시하여야 한다. 며칠 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한 서재에서 선 채로 읽고 있던 한권의 책이 언론에 비춰졌다. TV화면에 나타나기도 했던 그 책 제목은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이었다. 그렇다. 새로운 시간 위에는 새로운 역사를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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