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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새로운 철학을 기다리며

[희망의 새로운 철학을 기다리며]/원현린 주필(主筆) /2021/12/14 묘서동처(猫鼠同處), 고양이와 쥐가 함께 기거한다는 뜻으로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 패거리가 됨을 일컫는다. 교수신문이 선정한 2021년 ‘올해의 사자성어’다. 이 신문은 해마다 12월이면 전국 대학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해 한 해 동안 대한민국의 사회상을 사자성어로 압축, 공표한다. 고양이 묘(猫), 쥐 서(鼠), 한가지 동(同), 곳 처(處) 이 네 글자 성어를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교수는 "공직자가 위아래 혹은 민간과 짜고 공사 구분 없이 범법을 도모하는 것은 국가사회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 … 입법·사법·행정의 삼권분립이 묘서동처 격이라면 한 마디로 막나가는 이판사판의 나라이다"라고 현 시대상을 지적했다. 교수신문은..

카테고리 없음 2021.12.14

UN 단상(斷想)

UN 단상(斷想)/원현린 주필(主筆)/ 2021.09.23 "남북한이 각각 다른 의석으로 UN에 가입한 것은 가슴 아픈 일이며 불완전한 것입니다. 그것은 통일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중간 단계입니다. 우리 UN대표단의 자리가 옵서버석에서 회원석으로 불과 수십m 옮겨 오는 데 40년이 걸렸고, 동·서독의 두 의석이 하나로 합쳐지는 데는 17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남북한의 두 의석이 하나로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세월이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상기 문장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남북한이 UN에 동시 가입한 해인 1991년 9월 24일 대한민국 노태우 대통령이 제46차 UN총회장에서 행한 ‘평화로운 하나의 세계공동체를 향하여’라는 연설문 중 일부다. 노 대통령이 "두 의석이 하나로 되는 데는 그리 오랜 ..

카테고리 없음 2021.09.23

선(線)을 넘는 대선 주자(大選走者)들

[선(線)을 넘는 대선 주자(大選走者)들] /원현린 주필(主筆)/2021.07.26 우리는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천명(闡明)하고 있다. 이어 동법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고,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대통령에게 지우고 있다(제66조).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해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선서를 한다(동법 제69조). 대통령은 취임선서문에 나타난 바와 같이 헌법을 준수해야..

카테고리 없음 2021.07.26

깃발마저 정연히 나부낀다

[깃발마저 정연히 나부낀다 ] 원현린 주필(主筆) 입력 2021.06.07| 지면 11면|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齊)나라 사마양저(司馬穰저)는 진(晉)과 연(燕)나라와의 전쟁 중에 병사들의 막사와 우물, 아궁이, 먹거리를 비롯해 병이 든 병사가 있으면 찾아 문병을 하고 약도 챙겨 주는 등 장군의 신분으로 몸소 보살폈다. 게다가 장군에게 지급되는 재물과 양식을 모두 병사들에게 풀고, 자신은 병사들 중에서도 몸이 가장 허약한 병사의 몫과 똑같이 양식을 나눴다. 이로부터 사흘 뒤에 병사들을 다시 순시하자 병든 병사들까지도 모두 앞다투어 싸움터로 나갔다. 진나라 군사들은 이 소문을 듣고 물러가고, 연나라 군사들도 이 소문을 듣고 황하를 건너 흩어졌다. 양저는 즉시 그들을 뒤쫓아 잃었던 땅을 되찾고 병사들을 ..

카테고리 없음 2021.06.06

위아설(爲我說) 신봉자들

위아설(爲我說) 신봉자들/원현린 주필(主筆) 2021.04.20 "농부가 나에게 찾아와 봄이 왔다고 알려주니, 장차 서쪽 논밭에 농사 지을 일이 생겨 났구나(農人告余以春及 將有事於西疇)." 널리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는 중국 시인 도연명(陶淵明)의 대표작 ‘귀거래사(歸去來辭)’에 나오는 한 문구다.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여섯 번째로 봄의 마지막 절기에 해당하는 곡우(穀雨)다. 농촌에서는 이날을 전후해 농사 짓기에 알맞은 비가 내려 농부들의 일손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갈수록 논밭이 사라져가고 있어 걱정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일부 직원들과 국회의원, 지방의원, 정부 고위층들의 토지에 대한 무한 소유 욕망이 시민들을 허탈감에 빠뜨리고 있다. 농사와는 거리가 먼 이들이 토지를 점하고 있으니 서민(庶民)들..

카테고리 없음 2021.04.20

재앙의 문(口禍之門)

재앙의 문(口禍之門)원현린 주필(主筆) 예나 이제나 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거짓을 놓고도 진영 논리(陣營論理)를 펴고 있는 우리 정치권이다. 불신(不信)은 거짓에서 비롯된다. 신뢰야말로 법관(法官)의 생명이다. 법관이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 사법부(司法府) 수장(首長) 대법원장의 ‘거짓말 논란’이 사법부를 넘어 정치권으로 비화, 정쟁(政爭)의 대상이 되고 있다. 나는 본란(2019년 11월 13일자)을 통해 「사법부(司法府) 너마저 !」라는 제하(題下)에, 김명수 대법원장을 향해 "세상의 모든 부류가 불의와 타협한다 해도 사법부만은 독야청청 (獨也靑靑) 해야 한다.…자기 반성과 함께 새롭게 거듭나는 사법부를 시민들은 보고 싶다"라고 전제하고 ..

카테고리 없음 2021.02.23

사면(赦免)

사면(赦免)원현린 주필(主筆)  기호일보| 승인 2021.01.11 | 11면|  우리나라 사면(赦免)의 역사는 오래됐다. 고대 중국의 제도에서 도입된 것이지만 문헌에 ‘용서한다’는 뜻의 ‘사(赦)’자가 보이는 것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사기(三國史記)」 기록을 보면 세 나라가 공히 사면제도를 시행했던 것으로 나타나 있다. 삼국의 사면 사례를 보면 신라의 경우, 선덕왕(善德王) 2년 봄 정월 친히 신궁에 제사하고 대사령을 내렸다. 모든 주·군의 1년간 잡세를 면제했다. 고구려는, 산상왕(山上王) 2년 여름 4월 국내의 두 가지 죄 이하 죄수를 특사했다. 백제의 경우도 다루왕(多婁王) 28년 봄·여름 가물었다. 죄수를 사하여 죽을 죄도 용서해 주었다. 특히 삼국을 통일한 신라 문무왕이 ..

카테고리 없음 2021.01.10

열 사람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열 사람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원현린 주필(主筆) 파우스트가 열쇠 한 꾸러미와 등불을 들고 감옥의 철문을 열면서 안으로 들어간다. 파우스트 ; 여기 이런 습기 찬 담 벽 뒤에 그녀가 살다니. / 마르가레테 ; (그 자리에서 몸을 숨기면서) 아아! 이걸 어쩌나! 사람들이 오는구나, 나는 참혹한 죽음을 당하는구나! / 파우스트 ; (나지막이) 조용히! 조용히! 내가 왔어요, 그대를 살리러 왔어요! / 마르가레테 ; (그의 앞에서 뒹굴면서) "당신도 인간이라면 저의 고통을 생각해 주세요! / 파우스트 ;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 간수가 잠을 깨리다! / 마르가레테 ; (파우스트를 사형집행인이 온 것으로 착각하고 무릎을 꿇으며) 당신에게 나를 죽일 권리를 누가 주었나요? 불쌍히 여기시고 나를 살려주세요! 제 탄원..

카테고리 없음 2020.12.21

국민을 힘들게 하는 죄(罪)

국민을 힘들게 하는 죄(罪)/원현린 주필(主筆)/2020.09.22 지금 나라가 어렵다. 지난 여름 50여 일간 이어진 긴 장마와 폭우로 인해 수해농민들은 살길이 막막하다. 저수지가 무너지고 강둑이 터지면서 논밭이 물에 잠겨 올해 농사를 망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이은 태풍을 맞아 국민들은 기진맥진 탈진 상태다. 그러잖아도 코로나19라는 가공할 바이러스 창궐로 국민 생활이 말이 아니다. 오늘도 여야 정치권은 서로가 옳다 하며 한 치 양보 없는 정치공방으로 구태(舊態)를 재연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중 휴가 특혜 의혹을 놓고 진영(陳營) 간 진실 공방이 치열하다. 참과 거짓은 가려져야 한다. ‘세치 혀’가 급기야는 안중근 의사와 유관순 열사까지 진흙탕 싸움장으로 모셔오는 불경(..

카테고리 없음 2020.09.22